산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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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를 기다리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12.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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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날, ‘한 주를 시작하며 아이는 아니지만 들뜨는 것 같다. 이번 주에 크리스마스가 있으니까’라고 카페에 올린 친구의 글을 읽으며, 그 당시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정신없이 시간 속을 달렸지만, 현실적으로 주변이 정리정돈 되지 않았고,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있는 서울에 와서 보니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상가 분위기 그리고 캐롤송을 듣게 되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고, 또 하나, 둘 일들이 해결되면서 여유를 찾고 보니, 언젠가부터 이미 마음은 크리스마스에 젖어 설렘 속에 있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떠나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경쾌함 그리고 기대감과 설렘을 갖게 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의 생일처럼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산타가 나타나 선물을 주기 때문인데, 아주 어렸을 적에는 산타를 정말 믿게 되지만 차츰 선물은 산타가 아닌 부모님이란 걸 알게 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곤 했었다. 내가 갖고 싶을 정도의 선물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그 무렵이면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좋았고, 나름 다른 날보다는 먹을거리가 생겼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하나 정도가 남아 있다. 그 해, 크리스마스 날 오빠와 난 아침에 읍내로 간 언니를 떠난 그 순간부터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며 언니를 기다렸다.
언니가 아침에 나가면서 맛있는 걸 사온다고 약속을 했는데, 우리가 먼저 사달라고 했는지, 아님 언니가 동생들을 위해 먼저 사오겠다고 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중학교입학은 시험제였고 통과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언니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초등학생 두 명을 과외 했었다. 언니는 학생임원으로 학비는 면제를 받았고, 중 고교 대상의 영어학습지를 팔면서, 초등생을 가르치며 받았던 수입으로 풍족하게 용돈을 썼고, 동생인 오빠와 내게도 선심을 쓰곤 했었다.
오후가 되었는데 하늘은 잿빛이 되더니 하얀 눈이 탐스럽게 내렸다.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오빠와 난 동심으로 함박눈을 바라보며 좋아했지만 한편 기다리는 언니가 눈 때문에 늦게 올까봐 조바심을 하기도 했다. 언니가 오는지 대문을 나서서 도랑둑에 서서 신작로를 바라보고 다시 들어오기도 했었다. 드디어 언니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뽀드득뽀드득 쌓인 하얀 눈을 밟으며 과자와 귤을 한 아름 사갖고 왔다. 우리는 좋아서 환호했고, 과자파티를 하며 즐겁게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어린 오빠와 내게 산타였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기억 속에 잠재워 놓았던 것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보편적으로 고등학생인 언니는 그리 성숙한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언니는 언제나 큰 사람으로 동생들에게 많은 것을 베푸는 사람으로 생각 했었다. 우리에게 꿈을 가져다주었는데, 아주 늦어서 갚을 기회가 없는 지금에 와서 고마움을 느끼게 되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가득하다.
내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게 되었는데, 작은 애가 다섯 살 되던 해, 아이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선물을 가져온다면 자기키만큼 큰 울트라맨을 갖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작은 애가 잠든 사이 아이가 원하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커다란 울트라맨을 아이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울트라맨을 본 순간 아이는 기뻐서 소리를 지르더니, 내게 다가와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울트라맨을 선물하셨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이걸 갖고 싶었다는 걸...전화해야지. 고맙다고”그렇게 말을 하더니 전화기 앞에 가서 114를 누르고“산타할아버지 전화가 몇 번이예요”하고 물었다. 안내가 그런 번호는 없다고 하고 끝은 것 같은데 아이는 다시 114를 누르고 재차 묻는 것이었다. 똑같은 대답이던지 아니면 안내가 화를 냈을 지도 모른다. 아이는 머쓱했고, 난 당황하여 산타할아버지가 아니고 엄마인 내가 놓았다고 말해야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 뒤, 유치원에 다니면서 크리스마스이브 날, 유치원생 아빠가 빨간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자루를 들고 집으로 방문하여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사실 그 선물은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유치원에서 사전에 파악하여 통보해주었고, 부모가 그것을 미리 유치원에 제출하였으며, 방문일정에 의해 대기하고 있다가 선물을 받은 것이다. 산타는 하얀 수염까지 달아 누군지 모르게 했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그 때 선물을 받으면서 정말 산타가 있다는 걸 아이는 믿었을까? 그런 의문도 가져본다.
지금의 나도 하나의 소원을 들어 줄 산타를 기다리고, 나 역시 그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공부에 여념이 없는 큰애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든 문집 속에 있는 ‘크리스마스’란 시를 소개하며, 그 애의 산타가 와서, 아이가 준비하고 있는 시험에 내년에는 꼭 합격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제목 : 크리스마스
올해는 꼭 산타할아버지 오실거야.
착한일 많이많이 했거든
선물을 가득 싣고선
사슴 끌고 오실거야.

올해는 산타할아버지 안 오실거야.
장난을 많이많이 쳤거든
선물을 가득 싣고선
우리 집 앞을 지나가기만 하실 거야.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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