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나의생각] “충청일보 청산은 안된다”
icon 충청일보노조
icon 2004-11-12 19:18:43  |   icon 조회: 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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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의생각] “충청일보 청산은 안된다”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자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0일 주주총회에서 청산을 결의한 충청일보의 경우가 그렇다.
오랫동안 소유지배구조의 모순에 견디다 못한 충청일보 직원들이 2004년 봄, 세번째로 노조를 결성했다. 사측의 비정한 태도때문에 노사협상은 결렬되었다.
벼랑에 몰린 노조는 어쩔 수 없이 신문제작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극복하고자 파업을 결정했고 이에 대해 경영자들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그에 더하여 11월10일, 청산이라는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데 이르렀다.
이것은 보복이다. 노동자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멸시키겠다는 충청일보 경영진의 오기다. 그리고 이것은 토목적 발상이다. 신문제작을 도로건설과 건물증축처럼 대하고 있는 이 발상의 주체가 퇴출되어야 한다. 언론은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공공기구이다. 상법상 소유주나 주주가 있다고 하지만 사회적 공기인 언론을 토목건설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이 일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충청일보 대주주가 신문을 자신의 명예 선양과 사업의 방패로 간주하고 이윤 창출의 간접적 지렛대로 사용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충청일보는 다른 지방신문과 마찬가지로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주라면 언론에 대한 철저한 자세와 의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언론을 통하여 자본을 사회로 환원하면서 사회적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는 최소한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충청일보 사주에게는 그런 언론관이 부재한다. 경영진 역시 그렇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충북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민중단체들은 충청일보 노조와 연대하여 투쟁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노조의 자기갱신 노력을 지지한 것이다. 이제 싸움은 극소수 경영자들과 충청인들과의 대결로 비화되었다. 이 상황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패악자들은 실패할 것이고 사회변혁운동의 일환인 언론개혁은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충청일보가 민족언론사에 빛나는 참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충청일보의 주인은 충청인이다. 지난 58년간 우여곡절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충청일보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폐간이나 폐쇄를 해서는 안 된다. 엄중히 경고한다. 청산은 없다. 충청일보를 충청인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2004-11-12 19: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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