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충청일보 직장폐쇄 성명서
참 언론 거듭나는 길 가로막지 말라!
언론의 참 주인은 독자인줄 모르는가.
충청일보사는 14일 오전 9시를 기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충청일보 노조가 30여일 넘게 파업을 하면서 요구했던 참언론으로 가는 길에 무참히 찬물을 끼얹은 격이 아닐 수 없다.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진정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계획적으로 직장폐쇄를 강행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게 한다.
충청일보는 10월14일자 1면 <독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직장폐쇄의 길을 택하였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노사분규로 인해 더 이상 신문 제작이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렀다며, 노조의 파업이 회사를 폐업의 길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 회사는 충청도민의 참된 언론사로 더욱 성장시키고자 많은 투자를 하였으나 막대한 투자 결손과 이미지 실추라는 최악의 결과만 얻었습니다. 그래도 회사의 경영 상태를 분석하면서 내년에는 더욱 더 알찬 신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회사측의 입장은 참언론으로서 성장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노조가 파업으로 이를 가로막고 있어 결국은 폐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충청일보의 현 실태를 제대로 본다면 이런 변명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청일보 직원들은 지난 IMF 때 상여금 600%를 반납했고, 97년부터 지금까지 단 1%의 임금인상 없이 일해 왔다. 회사측의 주장대로 많은 투자를 했다면, 직원들의 처우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또한 참된 언론 운운할 자격이 회사측엔 없다. 충청일보는 가장 오래된 신문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면서 수많은 이익을 챙겨왔으며, 관과 기업 즉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앞장섰었다. 특히 기자들로 하여금 광고수주를 강요해왔으며 이 결과는 신문지면의 광고성 기사로 이어져 지탄받은 바 있다. 이는 충청일보의 오랜 독자들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측의 표현대로 ‘충청권에서 제일 잘나가는’ 언론이었을지 모르나 충청일보의 비민주적인 경영으로 인해 ‘참언론’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청일보 노조는 이런 현실을 개혁해나가기 위해 스스로 일어선 것이다. 충청일보 노조원들의 의지는 파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까지 나아가게 했으며, 현재도 그 뜻을 굽히지 않고 개혁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성실한 노사교섭 한 번 없이 직장폐쇄를 강했으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7억여원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손해배상소송이라는 악랄한 탄압 방법까지 자행하는 구시대적인 모습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회사측은 충청일보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충청일보 독자들도 충청일보가 변화하길,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의 길을 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일개 사주의 것이 아니다. 언론은 수용자 즉 독자들의 것이다. 독자들에게 의견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폐업 운운하다니 이는 독자에 대한 기만이다. 충청일보 사측은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