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독자여러분,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icon 충청일보노조
icon 2004-10-03 23:06:06  |   icon 조회: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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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독자여러분,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충청일보를 아껴주시는 충청도민 여러분 먼저 머리숙여 깊이 반성하면서 사죄를 드립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충청일보지부(위원장 문종극) 는 언론인으로서 간장을 끊어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부득이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됐습니다.
충일노조는 불가피하게 지난달 1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이는 충청일보 최대주주인 임광토건 임광수 회장의 부실경영 및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올해로 58년, 한강 이남에서 가장 역사가 긴 충청일보는 그동안 ´지역사회 증인'을 사시로 지역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로 언론사명을 다하고자 노력을 해왔습니다.
물론 힘이 약한 노동자들이 자본논리에 밀리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명색이 언론인이기 때문에 충청일보 언론노동자들은 지역과 나라, 그리고 대한민국의 언론발전을 위해 몸부림은 쳤습니다. 역부족이었다고 말하면 한낱 변명일까요. 변명같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어찌보면 무모한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그것은 지난 88년 대한민국 언론최초로 편집국장 직선제를 일궈낸 노조가 그렇고, 지난 2001년 충청일보가 이러면 안된다며 부활했던 충청일보 14대 노동조합이 웅변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충청일보 노동자들은 사주와 경영진의 곱지 않은 눈길을 받으면서도 언론인의 사명감을 갖고 뭔가 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만 지금까지 충청일보의 사주들은 충청일보를 이용만 해왔습니다.
상식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다른 사람이 인수할 때는 종전의 부채 등을 모두 해결한 후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90년 일신산업 회장이면서 충청일보 최대주주인 이석훈회장으로부터 충청일보를 인수한 임광토건 임광수회장은 부채를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즉 기존의 엄청난 부채는 모든 사원들이 떠안고 전 사주와 새로운 사주는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형식으로 충청일보를 인수하다보니 충청일보는 지금까지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는 충청일보를 진정 충청인을 대변하는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최대주주 자신의 정치적인, 사업적인 바람막이로 이용하겠다는 얄팍한 술수에서 회사를 인수한 것입니다.
이처럼 그릇된 언론관을 가진 사주가 참언론을 위한 진정한 투자를 기피해 회사의 부채는 물론, 충청지역 독자들의 기대에 충청일보가 점점 멀어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같은 과정에서 충청일보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조차 4인가족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임금과 고강도의 노동강요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인 지난 98년 사주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직원을 감원한데 이어 그동안 받던 상여금 600% 전액을 강제적으로 반납하도록 하고 휴일수당 등 대부분의 수당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렇게 인원이 감축된 상태에서 16면이던 신문이 슬그머니 20면으로 증면,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지난 96년의 절반수준에 그쳐 직원 대부분이 ‘내년이면 회복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지탱하기를 올해로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회사는 기자 등 영업외 직원들에게 각종 책 판매, 행사 티켓 강매, 광고 수주를 강요하는 등 본연의 업무외의 노동을 강요함으로써 기자들의 사이비화를 부추기는 등 언론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충청일보노동조합은 이같은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증인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무리인데다 기본적인 언론의 역할마저 저버려야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파국을 막아보고자 생살을 찢는 아픔을 감내하며 총파업으로 경영정상화를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경영부실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그릇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사주의 행태는 한강이남의 최고 언론인 충청일보를 파행으로 치닫게 했으며, 지역과 나라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사주가 책임질 부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면 곧 지역의 기관·단체 그리고 기업체를 협박해 수지를 맞추는 악습으로 이어지고 있어 충청일보노동조합은 더 이상 지역에 민폐·관폐를 끼치지 않는 참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것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직원들이 고강도의 노동, 영업강요 상황과 십수년 근무한 직원들이 100여만원의 열악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충청일보의 정상화와 58년 역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회사가 시키는대로 해왔습니다.
이제는 백번을 양보해서도 사원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고강도로 짜내는 사측의 요구에 더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최대주주의 결단만이 남은 것입니다.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든가, 회사를 매각하던가, 어떤식으로든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수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애독자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면서까지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새로운 언론으로 거듭태어나려는 저희들의 몸부림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진정 충청인의 언론으로, 충청지역을 대변하는 참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질책과 용기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2004년 9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충청일보지부 위원장 문종극 드림
2004-10-03 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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