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속의 머리카락
icon 김기성
icon 2004-09-20 13:23:42  |   icon 조회: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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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속의 머리카락

모두가 가남했던 시절 도시락 하나 변변히 싸들고 다니기 힘든

학생이이허탈할때였습니다.

옆자리 친구도 그랬습니다.

반찬은 언제나 시커먼 콩자반 한 가지 소새지 와 햇님 같은

게란부침이 얹혀잇는 내 도시락과정말 달라습니다.

게다가 친구는 항상 도시락에 머리카락을 골라낸 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밥을먹었습니다.

그 불 결한 발견은 매일같이 되풀이 됐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지저분하면 매일 머리카락일까?

친구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내색을 할 수 는 없어지만

불결하고 불쾌하고 그 친구에 대한 이미지마저

흐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가 후에 그 친구가 나를 불들었습니다.

"별일 없으면 우리집에 놀려가자"

내지키는 않는 일이지만 같은 반이 된 후 처음으로

집에놀러 가는 친구의 제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 따라 간 곳은 보은군 마로면에 서도 소여리

가장 가파른 동래에었습니다.

헐음한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 친구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친구 왔어요!"

친구의 들뜬 목소리에 삐거덕 방문이 열리고 늙으신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이구 우리 아들 친구가 왔다고? 어디 좀 보자."

그런대 방문을 나선 어머니는 기둥만 더듬으며 두리번

거릴 뿐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나는 순간 콧날이 시큰해져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녀석의 도시락 반찬은 오늘도 보나마나 콩자반입니다.

그러나 앞을 못보시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 그것은 밥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그 속에 뒤섞인 머리카락조차도 말입니다.
2004-09-20 13: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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