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지역구 2석에 비례대표 8석을 합쳐 10석을 획득하여 국회의 제3당으로 되었다. 민노당의 약진은 선거전의 여론조사를 통하여 이미 예측되었던 일이나, 개표결과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민련 뿐이 아니고,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정통적인 야당인 민주당까지도 제치고 한나라당 다음의 야당 제2당으로 도약했다.
민노당의 뿌리는 급진적인 노동운동을 지도하는 민주노총의 초대위원장이었던 권영길씨가 199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때 결성한 「국민승리21」이다.「국민승리21」은 제15대 대통령선거에 대비하여 민주노총과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의 상층간부, 그리고 「진보정치연합」이란 진보세력의 분파가 주축으로 되어 결성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1994년에 진보세력내의 좌파가 지원한 백기완후보의 지지표에 7만표를 더하는데 그쳤다. 그 후 「국민승리21」은 진보정당으로서 정치세력화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국민승리21과 함께 진보정당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재야진보세력이 대거 참가하여 민노당을 출범시킨것이다.
현재의 민노당은 겉으로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전국연합,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친북운동세력이 하층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있어서 민노당에서 입후보하고 당선한 것은 노동, 농민, 여성운동 등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경상남도의 창원에서 당선된 권영길씨와 비례대표 2위의 단병호 당선자는 모두 노동운동의 강경노선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의 전 위원장들이다. 비례명부 필두(筆頭)의 심상전당선자와 화려한 화술로써 민노당의 지지율을 13%로까지 끌어올려 비례명부 8위의 자신도 당선한 노회찬씨는 장기간 노동운동에 몸담아 왔다.
그 밖에 천영세, 최순영씨가 노동운동 출신이며, 강기갑, 현애자씨는 농민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민노당의 국회진출은 이른바 「386세대」와 함께 기존정치에 등을 돌린 세력이 한국내에서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겨우 국회에 진출한 민노당에 대하여 처음부터 불신과 적대감을 표명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들이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그 지향하는 바의 정책에 관해서는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민노당은 기존의 보수정당과는 다른 정책정당임을 표방하기는 하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당의 이념과 정책을 충분히 밝히지 않고, 다만 「노동자와 서민의 당」, 「국민 여러분 생활이 조금은 좋아졌습니까?」등 권영길대표의 발언을 이용한 이미지전략으로 일관하였다.
즉 국민에 의해 규탄되고 있는 기존정당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 대북정책은 주체사상파가 장악
그런데 그들이 내건 강령에는 민노당이 어떠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지가 깃들어 있다. 우선 민노당강령의 전문은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회」의 모델은 몇 개의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는 바 사회주의사회임이 분명하다. 즉 한국사회를 착취와 억압이 심한 사회로 간주하고, 그 근본적 원인이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노당의 강령에는 「자본주의사회는 계급적인 불평등을 초래하고, 소유와 권력에서 소외된 민중에게 고통스러운 생활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서 자본주의사회의 질곡을 극복하고 노동자와 민중중심의 민주적인 사회경제체제를 건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소유권을 제한하며 생산수단을 사회화 함으로써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재화와 써비스는 공공목적에 따라 생산되도록 한다」고 명시하여 생산수단의 공유화 추진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지난날 국가사회주의사회의 형식적인 국유화의 한계를 감안하여 시장요소를 적절히 활용한다」고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주의국가와의 차별화를 말하고는 있으나, 「인류사에 면면히 계승되어온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한다」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특히 민노당내ㅔ의 대북한정책라인은 친북주사(主思)파가 장악하고 있는 바, 실제로 분한당국은 선거기간중「주한미군의 철수와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외치는 민노당의 국회진출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민노당은 일관하여 한미동맹을 경시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며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한편, 북한의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북한측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사회에서 친북단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노당의 국회진출은 한국사회의 다원화된 민주주의를 반영하며, 급진적인 노동운동이 제도권내에 들어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념과 정책이 전통적인 사회주의에 가깝고, 특히 대북정책에서는 반미와 친북으로 일관하고 있는 등 한국사회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