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의 ‘疑問死’적 행동, 노 대통령이 시정해야 한다 - 이동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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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7-09 09:08:06  |   icon 조회: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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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의 ‘疑問死’적 행동, 노 대통령이 시정해야 한다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2004-07-04 13:59:00


제랄드 포드 미국 제38대 대통령의 재임기간(1974-1977) 중 미국 정가에서 회자(膾炙)되었던 재담(才談)이 있다. 포드 대통령은 껌을 씹으면서 동시에 걸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것은 포드 대통령의 ‘미숙아(未熟兒)’적 사고구조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능력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해학적 비아냥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그 같은 증상이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가 전향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옥사(獄死)한 경우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의 어처구니없이 몰상식한 결정에서 우리는 그 같은 ‘미숙아’적 사고구조의 극치를 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적지 않은 ‘인권유린’의 사례에 접하고 있다. ‘의문사’야말로 그 같은 ‘인권유린’ 사례의 극치라고 할 만 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사후적으로라도 당연히 그 같은 사례를 재조사하여 진상을 올바로 규명함으로써 억울한 경우는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 것이 ‘신원(伸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문사’의 사례는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의 ‘비전향 사상범’의 경우에도 없지는 않을 터이다. 이들의 경우에도 이 같은 ‘의문사’의 사례가 발견된다면 우리는 다른 ‘의문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당연히 ‘신원’의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들의 ‘유린된 인권’을 바로잡는 일에도 우리는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문제와 ‘민주화 운동’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의문사’한 ‘비전향 사상범’이 ‘의문사’했다고 하는 것을 이유로 그를 ‘민주화 운동가’로 인정한다면 이야말로 ‘껌을 씹는 행위’와 ‘걸어가는 행위’를 구별하지 못하는 ‘미숙아’적 사고를 자인(自認)하는 것 이외의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

남파간첩이나 빨치산들은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북한의 지령 아래 공산독재를 위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들이다. 이들에게는 법의 판결에 의한 형사처벌이 당연한 것임은 물론이고 그에 더하여 이들에게 사상적 ‘전향(轉向)’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끝낸 뒤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갱생(更生)’시키는 데 하나의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전향’을 ‘거부’한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거부하고 북한의 공산독재를 선택하겠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들의 ‘전향 거부’ 행위를 “사상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간주하는 억지 논리로 이를 ‘민주화 운동’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양심의 자유’(제19조)를 인정하지만 이 ‘양심의 자유’는 무제한한 것이 아니다. 또 대한민국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는 엄연히 ‘허용될 수 없는 것’과 ‘허용되는 것’이 있다. ‘허용될 수 없는 양심과 사상’은 당연히 ‘법률에 의한 단속의 대상’이다. 2000년에 공포․발효된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도 제2조1항에서 ‘민주화 운동’을 “1969년8월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 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남파간첩과 빨치산이 한 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시대도착적인 공산독재체제인 북한의 이익을 위하여 북한의 지령 하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체포되어 법의 처벌을 받는 단계에서도 대한민국이 국법으로 금지하는 공산주의 이념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용할 것을 거부한 자들이다.

남파간첩과 빨치산들이 “사상과 양심에 의거하여 전향을 거부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을 확대하여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우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함몰되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金日成)과 김정일(金正日)에 대해서도 그들이 대한민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반대’하고 ‘저항’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는 이 같은 자가당착의 모순에 대하여 대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이상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대한민국 헌법에 의거하여 ‘허용되는 사상과 양심’을 보호해야 하지 ‘허용될 수 없는 사상과 양심’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3조는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 기관’임을 명시하고 있다. ‘의문사 진상규명 규명위원회’는 지금 문제의 특별법이 위원회의 ‘조사결과’ 처리방안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는 ‘보고’ 의무(제30조1항)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라는 이유로 위원회의 ‘조사결과’가 ‘최종적’인 것이고 “대통령도 이에 용훼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인 이상 위원회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책임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저지른 실로 엉뚱한 ‘의문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헌법상의 책무(헌법 제66조1항)를 지니고 취임석상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헌법 제69조)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본분에 입각하여 필요한 시정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노 대통령에게 이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www.dblee2000.pe.kr
2004-07-09 09:08:06
219.254.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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