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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4380 조 회 730
이 름 유세환 날 짜 2004년 7월 2일 금요일
김정일이 최고의 민주화 운동가?
유세환/김정일이 최고의 민주화운동가?
그렇다면 김정일이야말로 최고의 민주화운동가가 아닌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남파간첩, 빨치산들을 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결정했다. 7월 1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유신정권 시절 교도소 내 사상전향 공작 과정에서 숨진 비전향 장기수 손윤규·최석기·박융서 등 3명에 대해 의문사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세 명중 최석기와 박융서는 50년대에 남파된 간첩이고 손윤규는 지리산 빨치산 출신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은 ‘의문사’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의문의 죽음으로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죽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3인의 죽음을 의문사로 인정한 것은 3명이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위법한 국가권력 행사로 인해 죽었다는 것을 말한다.
의문사특별법이 준용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의 ‘민주화운동’ 개념은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시킨 활동”이다.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향을 거부하고 반국가단체와 그 수괴 김일성에 대한 충성을 끝까지 철회하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인가?
지난 2002년 1기 의문사위는 이들 세 사람의 의문사에 대해 “조직적 전향공작과 고문·폭력 등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사망인 것은 인정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향을 거부한 사회주의자로서 민주화운동과 연관성이 없다”며 기각 판정했었다.
그러나 이번 2기 의문사위는 “전향공작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기본 권리를 침해당했고, 그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서의 위법성이 알려져 결국 철폐에 이르게 된 것은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문사로 인정했다.
의문사위의 핵심논리는 남파간첩이나 빨치산으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체제를 근본적 부정하는 김일성, 김정일 1인 반역 독재세력이라도 그 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확대되었다면 그들을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한다는 논리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야 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민주화운동가가 아닌가? 김일성과 김정일은 지난 ‘45년 대한민국 건국이전부터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고 자신들의 1인 독재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한민국은 이에 맞서 국가를 수호하고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개혁노력을 경주하여 왔고 오늘날 번영되고 민주적인 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렇다면 김일성과 김정일은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의 번영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아니가?
무엇보다, 김일성과 김정일이야 말로 이른바 진보세력이 독재정권이라고 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대한민국 정권에 대해 가장 일관되고 체계적, 조직적으로 투쟁해온 세력이 아닌가? 남파간첩이나 빨치산들을 민주화운동가로 판단하는 의문사위의 논리라면 이들을 내려 보내 대한민국을 파괴하도록 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야 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민주화운동가들이다.
말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의문사위가 민주화운동을 하다 죽었다고 한 세 명은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김일성의 일인 독재정권을 위해 끝까지 전향을 거부하다가 죽은 국가와 민주주의의 적들 일뿐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불법적인 폭력에 의해 죽었다하더라도 그 본질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살인자가 경찰의 불법적 폭력에 의해 죽었다고 의인이 될 수는 없다.
의문사위가 이번에 제1기의 결정까지 번복하면서 이와 같이 대담하고 뻔뻔한 결정을 내린 것은 4.15 총선이후 변화된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에 한껏 고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연방제 추진에 합의한 반헌법적 6.15 공동선언의 기념식이 북한대표들과 전현직 대통령, 여야 대표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루어지고, 탈북자들이 세운 자유북한방송에 대한 공개적인 위협이 아무런 제지없이 백주에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광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의문사위의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 대한민국 전복세력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국기를 근본에서 뒤흔든 사건이다. 국가의 기본이 거꾸로 서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도 대한민국이 존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의문사위가 간첩을 민주화운동가로 바꾼 것이 사실 새삼스럽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간 한국사회가 권위주의정권과 싸운 세력이라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80년대 대학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운동이 폭발하고 김일성을 추종하는 주사파가 학생운동의 주류를 형성하였는데 이들은 반독재 민주화를 앞세웠지만 사실 전한반도의 적화를 목표로 하는 공산주의 운동가들이었다. 실질적으로 공산주의를 지향하면서 이의 수단으로 권위주의정권과의 투쟁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모두 민주화운동가로 인정을 받아왔고 각종 법에 따라 보상까지도 받고 있다. 부산동의대에서 화염병으로 전경들을 죽인 자들까지 민주화운동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간첩이 민주화운동가가 된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이번 의문사위의 결정으로 반역수괴 김정일이 대한민국 최고의 민주화운동가가 되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그간 민주화운동 평가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차제에 대한민국에서 민주화운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 문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80년대 학생운동이 민주화운동이었는가 아니면 사실은 공산주의 운동이었는가 하는 논의가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 사건이 의문사위에 대한 일시적 비난으로 유야무야된다면 정말로 김정일이 대한민국 최고의 민주화운동가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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