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 北이 훈계하고 지시한 6·15 학술회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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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6-24 20:59:53  |   icon 조회: 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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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 北이 훈계하고 지시한 6·15 학술회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 최신호 표지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싣고 ‘이 사람이 왜 웃고 있을까’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한국 내 좌파 민족주의(leftist-nationalist)의 집권, ‘악한 용’(미국)이 ‘로미오와 줄리엣’(남과 북)의 ‘결혼’(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초등학교 4학년 통일 교육 교재, 핵 개발에 따른 북한의 입지 강화, 한·미동맹 동요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김정일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그냥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광경이 엊그제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펼쳐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직접 참석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 협력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그때에 대비해서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참석자들은 빈말로라도 핵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발언 한마디 없이 온통 ‘반미(反美)’와 ‘민족공조’뿐이었다.

북측 인사들은 “동맹보다 중요한 것은 북남관계다” “미국은 통일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미국과 공조하는 건 결국 6·15 공동선언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 주적론과 국가보안법의 폐지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남북경협이 지지부진한 것 역시 미국의 간섭 때문이라면서 경협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고 한국을 나무랐다. 경협대상은 경공업뿐 아니라 기간산업 첨단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서울 한복판에 와서 하고자 한 얘기는 하루빨리 이 땅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북한 경제 전반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라는 말뿐이었다. 그것도 도움을 청하는 건지 훈계하는 건지 지시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로 말이다.

북한이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북한을 다뤄온 우리의 자세에 어떤 잘못이 있었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2004-06-24 20: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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