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 MBC 시사매거진 2580 2001년 4월22일 보도 '이인제 후원회'
글쓴이 그냥 (비회원: )
글쓴 시각 2002-01-21 23:04:54 from 210.221.25.82
MBC시사매거진2580 2001년 4월 22일 (일) / 제 336 회
서울구경 한다길래...
⊙ 정연국 기자 :
이 달 초 열린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후원회를 놓고 당 안팎에서 아직까지 말들이 많습니다. 전국에서 인원을 동원했느니, 대권을 향한 세 과시용이었느니, 또 억대가 넘는 경비를 썼다느니, 후원회의 본래 취지를 벗어났다는 지적입니다. 관광 간다고 버스를 탔다가 후원회장에 동원됐다는 주민들의 신고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많은 그 후원회와 최근의 몇 몇 후원회를 둘러봤습니다.
영상취재 김용현 / 영상편집 함상호 / AD 차현주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빌딩,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후원회가 열린 행사장 주변입니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특히 눈에 띕니다. 행사장 복도 한 쪽에 마련된 후원금 모금함, 모금함에 돈을 넣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몰려든 인파에 비하면 오히려 한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 어디서 오셨어요?
⊙ 이인제 후원회 참석자 : 전라북도에서 왔어요.
- 오늘 행사에 가자고 해서 오셨어요?
모르겠어요. 난 그냥 따라와 봤어요. 그냥 와봤어요.
- 후원금은 내셨어요?
아니, 후원금 같은 건 안 내고...
그 바로 옆 답례품을 나눠주는 곳은 아수라장입니다.
- 여러분 보세요. 망신당하고 싶어요? 아니잖아요. 후원회 오셨잖아요. 안 받으셔도 되고 사실 돼요. 그렇잖아요. 저 사람들(기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니까... 그럴 필요 없잖아요.
- 끝났어요.
- 경북 영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후원회 주 행사장인 컨베이션 홀, 7천280평방미터 규모의 넓은 홀이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만 명이 족히 넘을 만 합니다. 화려한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식전행사, 이어 이인제 의원 부부의 등장, 열기가 뜨거워 보이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의외로 무덤덤합니다. 아예 벽에 기대앉은 아줌마들, 행사장 밖 복도에서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후원인이냐는 질문에 다들 몹시 난처해하는 모습입니다.
- 다 후원자들이세요?
⊙ 이인제 후원회 참석자 : 그냥 왔어요. 우린...
- 그냥... 그게 무슨 의미예요?
모르겠어요. 여기 누가 얘기해...
- 어디서 올라오셨어요?
⊙ 이인제 후원회 참석자 : 청주요.
- 다 후원자들이세요?
네? 그러니까 왔죠.
인기 가수들의 노래로 흥을 돋구는 식후행사도 화려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떡 봉투를 챙겨 서둘러 현장을 떠났고 행사장 바깥은 타고 온 전세버스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혼잡합니다.
⊙ 한용상 / 이인제 후원회 관계자 : 동원의 의미가 뭔지 난 잘 몰라요. 근데 우리는 동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당신들이 이만큼 참석할 수 있는 그런 자원자들을 모집하라, 그러니까 어떤 지역에는 보면은 버스가 40명 타는데 서서온 사람들도 있고 말이죠. 서로 가겠다고 그러더라는 거예요.
과연 그랬을까, 당일 행사장에 참석했던 경북 포항지역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 이인제 후원회 참석 주민 : 대동산악회에서 관광 간다고... 관광 하루 시켜준다고, 만 원 내서 서울 쇼 구경 해주고, 독립기념관 구경시켜 준다고 하니까 우리들은 그저 바람도 쐴 겸... 스트레스도 그렇게 한 번씩 나들이하고 오면 풀리잖아요.
이 의원 후원조직인 포항 대동산악회는 20대의 전세버스를 동원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바로 앞에서 그것도 관광이나 혼례식장 등에 가는 것으로 위장했습니다.
⊙ 이인제 후원회 참석 주민 : 혼주 아무개 이렇게 써놓고, 유성온천 1호, 독립기념관 1호, 그렇게 따 써놨더라고...
주민들은 후원회 참석도 속였다고 주장합니다.
- 쇼 본다고 했지, 이인제 후원회 간다 소리는 안 했어. 거기 간다 소리는 안 하고 쇼 구경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서울 가면 무슨 좋은 쇼가 있는가 보다, 주현미 쇼 본다고 그랬잖아요. 가수들도 나오고...
주최측은 심지어 독립기념관에서 차량 석 대를 갑자기 마음대로 서울이 아닌 진해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 서울에 차가 너무 많이 오지말고, 좀 덜 오라고 연락 받았데요. 그러면서 진해로 몇 대 보냈어요. 코엑스 거기에 다 들어가는 자리가 모자라니까.
주민들은 관광 회비로 만 원을 냈습니다.
⊙ 이인제 후원회 참석 주민 : 점심, 저녁 값만 해도 만 원 내면 그냥 우리 가서 놀다 오지 않나, 이래서 갔거든.
- 이인제 후원회에 만 원 내라고 했으면 냈겠어요?
그걸 뭐 하러 내. 거기, 그 후원금을 우리가 뭐 하러 내요. 우린 놀러간다고 하니까 낸 거지.
- 오신 분들이 (후원금) 봉투를 함에 넣는 걸 거의 못 봤는데요?
⊙ 한용상 / 이인제 후원회 관계자 : 아니, 오는데 버스 안에서 걷어 가지고..
- 아∼ 버스 안에서요.
이렇게, 이렇게 집어넣죠.
- 거기다 집어 넣었다구요.
네.
- 함에다가?
네. 다... 있었으니까... 한번 물어보세요. 만원, 이만 원씩 다 걷었습니다. 그리고 명단도 쭉 누구 만 원, 누구 이만 원, 그 숫자가 제일 많았어요.
관광비용으로 낸 돈이 후원비로 둔갑한 것 아니냐며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 이인제 후원회 참석 주민 : 돈 낸 사람 왜 이름을 적고 그렇게 합니까.
- 차안에서 ?
네, 전화번호 적고 주소 적고 다 적었는데, 그건 왜 그래요.
결국 귀가 길에 거센 항의와 회비 반환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 그때 온 아저씨들이 막 분해서 싸움이 나고 돈 만원 내놓으라고 거기서... 돈 만 원 안 내놓게 돼요. 돈 내놓으란 말이지. 우리 이거 고생한 거 하루 일당 놓으라고...
⊙ 이인제 후원회 인솔자 : 그 날 차에서 만 원씩 받으라고 해서 만 원 받았고, 또 내주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줬다. 나는 내막을 잘 모른다. 시키는 대로 했지.
신고를 받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 손재권 / 포항시 남구 선관위 사무국장 : 계속 만나고 있는 중이다. 탑승한 사람도 한 두 사람 저희들이 만났다. (버스) 앞에 표지판 붙여 놓은 독립기념관, 어린이 공원, 통일전망대, 유성온천, 임진각, 직원들이 현장에서 확인한 사항이다.
⊙ 손재권 / 포항시 남구 선관위 사무국장 : 관광 간다고 이렇게 알았는데... 왔단 말이에요. 와 가지고 후원회에 데리고 갔다, 그럼 결과적으로 그 양반들이 이렇게 선전하는 그런 장소에 데리고 간 건데 지금 선거가 아직 좀 남아 있지만은 그것은... 그런 장소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좀 문제 있다고 생각됩니다.
후원회 측은 성공적인 행사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 한용상 / 이인제 후원회 관계자 : 좌우간 우리는 자체적으로는 이번 후원회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 너무 소모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소모적일 게 아무것도 없죠. 그 날 하루인데... 그리고 검소 하려고... 검소하게, 검소하게 했죠.
검소하다고 강조하는 후원회의 총 경비는 과연 얼마나 들었을까, 그 금액을 따져봤습니다. 행사장인 코엑스 컨베이션 홀 대관료가 세금을 포함해 4천 7백 99만 원, 떡값이 3천400원짜리로 만개, 3천 400만 원. 장소 임대료와 떡값만 해도 8천 100만 원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우정출연이라고 하지만 단원 전원에게 수백만 원 대의 저녁을 살 계획입니다. 여기에 성악가, 가수, 진행자의 출연료. 조명, 음향, 영상과 무대비용.
⊙ 후원회 이벤트업체 관계자 : 그거 (행사비용) 제가 말씀드리기가 그렇구요.
- 최소한 1억은 넘겠죠?
그건 제가 뭐라고 코멘트 하기 어렵다.
후원회 측이 선관위에 보고한 총 경비는 1억 4천만 원이었습니다. 모금된 후원금은 5억 5천만 원, 이 가운데 의원이 기부 받아 한해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3억 원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경비보고라 하더라도 한해 사용 한도액의 절반 가까운 돈만큼이 세 과시성 행사비용으로 나간 셈입니다. 국회의원들의 후원회는 통상 무료로 대여되는 국회의원 회관이나 헌정기념관 등에서 천 여 명 안팎이 모이는 규모로 열립니다. 투명한 자금으로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보장된 행사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주민동원과 세 과시는 빠지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