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시장개혁의 올바른 방향 - 배진영 -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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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6-20 22:28:47  |   icon 조회: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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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배진영 글쓴 날짜 2004년 6월 10일 조회수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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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시장개혁의 올바른 방향


시장개혁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습니다. 시장경제란 기본적으로 시장이 자원 배분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시장이 어떻게 자원배분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과 미래의 성장 동력 그리고 분배가 결정됩니다. 시장개혁이란 시장이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고, 시장개혁의 기본방향은 이 조건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시장개혁에 대한 이런 저런 말은 이 기준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시장투명성을 제고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각종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누누이 천명하였습니다. 그 의지를 보아서는 실제로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재계는 재벌을 해체하고자 하는 정치적 논리가 여기에 짙게 깔려 있다고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정부가 재계의 눈치를 보면서 시장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재계의 반발은 정부의 개혁이 오히려 시장원리를 거부하고 경쟁을 해친다는 데 모아져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부, 재계, 시민단체 모두 시장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시장보다 자원배분을 더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없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부인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주장은 시장개혁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가 진정으로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쟁이란 남보다 더 잘 되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공정한 경쟁은 이러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질 때 성립합니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남보다 더 잘 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능력뿐입니다. 경쟁은 능력경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또한 가격이 시장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응축하여 반영해줄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능력경쟁에서 능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경쟁정책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재개간의 갈등 역시 근원적으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는 1987년 공정거래법이 신설된 후 ‘상호출자금지,’ ‘채무보증의 금지,’ ‘계좌추적권’, ‘출자총액제한’을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 각종 규제를 실시해 왔습니다. 이 제도들은 경쟁 기회의 동등성에 비추어 볼 때 분명히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들입니다. 특정 기업이 이들 기업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고 행사되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의 과잉원칙에 위배됩니다.

정부는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지난 40년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힘을 상습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강한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의 불신은 그 골이 매우 깊습니다. 능력을 벗어난 힘의 행사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정부는 이를 ‘소유지배 괴리도’라는 지표로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괴리도가 없어야만 경쟁이 공정하다고 합니다. 실제 소유한 것만큼만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경쟁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이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못할 듯 합니다. 그러나 능력은 소유의 정도뿐만 아니라 조직의 힘에 의해서도 평가되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능력은 이 둘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경쟁의 공정성도 이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후견인이 누군가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소유지배 괴리도’의 지표는 경쟁의 공정성을 일부 평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경쟁의 공정성을 해치더라도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을 통해 경쟁의 활성화와 시장경제의 역동성 제고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조직력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이들 기업에게 시장참여의 동기를 부여하여 경쟁을 활성화 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기업간의 자산과 부채의 고리에 의한 조직의 힘이 자금력과 기술력의 경쟁을 압도한다면, 경쟁에 의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과정’이나 하이에크의 ‘탐색과정 및 발견적 절차’ 또는 호프만의 ‘정보의 교환과정과 평행과정’이 발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칠 경우 경쟁의 활성화와 시장경제의 역동성이 오히려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의 강화는 이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이 제도는 재벌의 사업다각화를 지양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 하에 자산 5조원 이상의 상위 11개 민간 기업집단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매우 인위적이고 자의적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상위 기업들의 잠재적 경쟁대상에는 자금력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조직력까지 이미 이들 기업들에 못지않은 또는 우월한 국내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단지 상위 기업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쟁기업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면, 이것은 이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와 신규 투자 확대를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적응과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사업의 다각화는 시장 적응의 한 표현이며 이것은 기업 스스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는 경쟁의 따라잡기 과정과 앞서기 과정을 통해 역동적으로 발전합니다. 이 중에서도 앞서기 과정이 경쟁의 활성화와 시장의 역동성을 주도합니다. 우리의 경우 상위 기업들이 앞서기 경쟁을 대체로 이끌어 왔습니다. 이 점에서, 선도기업의 기(氣)를 인위적으로 꺾는 것은 경쟁의 활성화와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이들 상위 기업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이 우리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의 국내경제가 수출에 의해 지탱되고 있고 그 결과 해외의 악재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납니다. 재벌정책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가 종종 부처마다 혼선을 빚고 금융 및 자본 시장의 출렁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내심 정부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물론 이 제도에 의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 한국의 경제구조가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구도로 바뀐다면야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국가의 운명과 관련하여 어쩌면 무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간접적 상호출자에 의한 가공자본의 형성에 대해서는 이제 시장에 의해 통제받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이 시장경제입니다. 우리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통제기능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경쟁질서를 위한 시장개혁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에도 뒤진다는 설문조사는 우리를 매우 안타깝게 합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기 자식의 자질과 능력에 관한 신호가 초, 중등학교를 거치면서 상당히 주어지지만, 그 신호에 결코 승복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자기 자식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믿고 거의 모든 부모들이 자원의 상당부분을 여기에 투입합니다. 엄청난 자원 낭비가 매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독일 부모들이 자식의 학업 수행능력과 선생님의 평가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과는 크게 다릅니다. 그래서 그곳은 엘리트 교육이 아니라 대중 교육이라도 그것이 인적 자원의 적절한 배분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경쟁 결과를 승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어디 교육 부문뿐입니까? 사회 곳곳에 불복 문화가 널려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모습입니다. 이러한 불복 문화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심화되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의 주류 세력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 및 방송매체에 의해 경쟁질서 자체를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경쟁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쟁질서의 근본을 허물어뜨리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경쟁의 공정성과 활성화 논의는 이것에 비하면 문제도 아닙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매체입니다. 방송매체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정보의 전달체계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방송매체의 의도에 따라 조작되고 왜곡된 또는 불편부당하지 못한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무비판적, 무차별적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방송매체는 그것의 오락성과 선정성 그리고 접근의 용이함에 의해 청소년들의 사고와 의식 형성에 언론매체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방송매체의 내용은 공동체의 구성 및 질서 형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방송매체가 사회통합을 염두에 두고서 지나치게 연대의식을 강조하다 보면, 경쟁원리가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경쟁결과에 대해 깨끗이 승복하지 않고 경쟁에서의 패배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 약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경쟁질서를 위한 시장개혁은 경쟁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갖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우리의 방송매체도 진실로 이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배진영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econbjy@inje.ac.kr)
2004-06-20 22: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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