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청와대서 가무 즐길 때인가-조규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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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7



歌聲高處 怨聲高라더니 - 지금이 청와대서 歌舞 즐길 때인가 -조규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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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6.04 08:46

歌聲高處 怨聲高라더니

지금이 청와대서 歌舞 즐길 때인가


조규석 논설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실장)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을 긍정적인 눈으로 이해한다면 한마디로 탈권위주의 혹은 탈근엄주의라고 할수도 있다. 그만큼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폼"이 서민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소탈한 성격으로 비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발언을 할 때도 표정이나 억양으로만 판단하면 당장에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러니 그가 어느날 정치 "동지"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번쯤 신나는 "노래판"을 벌였다한들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크게 흉될 일도 아니다. 문제는 그가 동지들과 합창했거나 독창했다는 두 노래ㅡ"임을 위한 행진곡"과 "부산 갈매기" 그리고 만찬의 시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널리 알려진 대로 1980년대 운동권의 대표적 가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가사의 의미가 참으로 비장하다. 멜로디도 그렇다. 아니 듣기에 따라서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섬뜩하기도 하다. 그래서 투쟁 현장에서는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그만큼 선동적이다. 그때 이 노래를 부르며 투쟁한 이들에게는, 말하자면 까부수어야 할 대상이 존재했다. 그 대상은 "군사독재 정권"으로 상징되는 기성 체제 혹은 기득권 세력이었다.

이제 그 투쟁의 리더들중 상당수가 개혁의 첨병으로 제도권 정치에 대거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시기에 다른 데도 아닌 권력의 심장부에서 대통령과 함께 눈물흘리며 하필 이 노래를 불러야 했는가. 단순히 지난날의 고난에 대한 기억과 오늘의 승리에 대한 감격의 표출일 뿐인가. 아니면 개혁이라는 이름의 행진을 위해서는 "산자여 따르라"는 깃발을 내려서는 않될 만큼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깨부수어야 할 대상이 강고한 벽으로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어느 쪽이든 때와 장소에 걸맞는 선곡(選曲)은 아니다.

노대통령의 "부산갈매기"도 그렇다. 그의 애창곡이라고는 하지만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느냐"라는 가사의 이 노래를 부른 것은, 어떤 경우 어떤 자리 어떤 시기에도 국민통합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 즉흥적인 선곡이라는 지탄이 제기될수 있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청와대에서 술마시고 춤추고 노래 할 때인가"-라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힐문했다. "400만명 신용불량자의 고통, 거리를 헤메는 청년 실업자의 눈물, 30만 걸식아동들을 생각하면 만찬에서 경제살리기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그의 이같은 비판을 정치공세로라고만 할수 있는가.

물론 "인간적"이라는 상투적 용어를 그간 노대통령이 겪었을 어려움에 대입해 생각하면 술마시고 노래하며 즐겼다는 청와대 만찬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집권후 1년여 이어진 여소야대의 정국구도때문에 뜻대로 국정운영을 할수 없었고 두달 남짓의 "탄핵수모"까지 겹쳤던 그로서는 모처럼 그동안의 정신적 응어리를 한껏 풀어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통령도 인간이다"라는 동정적 논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와 그의 참모들이 간과한 게 있다. 국가 리더십은 반드시 삼가해야 할 것과 삼가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왕조시대에도 올곧은 리더십은 바로 그랬다. 자연 재해 등으로 백성의 삶이 어려워지면 왕은 수라상의 음식 종류와 가지수까지 바꾸고 줄이는 등 몸가짐을 삼가고 삼갔다. 현대라고 해서 국가 리더십의 본질이 달라질수 있는가.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도 높아간다"(歌聲高處 怨聲高). 춘향전의 어사 이몽령이 출두에 앞서 변학도의 생일만찬에서 지어 건넨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청와대 만찬 풍경이 전해진 직후 숱하게 쏟아진 네티즌의 비난 글들 가운데 이 싯구를 인용해 올린 글에 유난히 눈길이 닿았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국가 리더십의 사소한 잘못도 백성의 분통을 자극하기 마련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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