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7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귀국한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은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한미 양국간 인식 차이를 미 뉴욕타임스가 25일자에 보도한 관련 기사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렇게 표현했다.
박 의원은 워싱턴에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 미 행정부와 의회, 정책연구기관의 주요 인사 30여명을 면담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밝힌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진단 및 전망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이 최근 미국보다 중국 쪽에 접근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뒤 이에 대해 "잘못된 방향(wrong direction)"이라고 강조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커트 캠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한미관계를 "매우 심각(very serious)"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미동맹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 한국을 신뢰할 만한 진정한 동맹(true alliance)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 민감한 전략정보 공유를 꺼리고 있다"고 우려한 인사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중국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 전달한 정보 중 한국 정부에 전달된 게 얼마나 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인사는 "미국-북한 관계보다 미국-남한 관계가 더 심각하다", "아랍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반미감정이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인 것 같다", "미국은 한국의 견해를 더 이상 경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태인 위험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도 썼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이번 워싱턴 방문을 통해 한미 당국 간에 군사문제 외에 정치 문화와 관련된 대화가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초당적으로 한미 간 의원교류협의체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및 한미동맹관계의 진상 파악을 위한 국회 국방위 통일외교통상위 연석 청문회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흔들리는 한미동맹 등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청문회를 실시하고, 국회 내에 한미동맹과 관련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