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박정희 경제모델 재평가해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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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5-30 18:53
좌승희 “박정희 경제모델 재평가해야”
“경제민주화와 균형성장 정책이 오히려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앗아갔다.”
29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을 위한 3차 워크숍에 강연자로 초빙된 좌승희(左承喜·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소신 발언’을 토해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 격인 민간 연구소로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기조 아래 좌 원장은 “시장은 하느님과 같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역설하며 평등이 아닌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는 “경제발전은 차별화를 통한 집적과 집중의 과정”이라며 “분산과 균형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경제발전의 역동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반(反)차별화와 획일주의, 집단주의, 평등주의는 경제발전에 역행된다는 것. 그는 이어 “민주주의는 절대평등을 추구하는 반면 시장경제는 차별화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 2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좌 원장은 차별화를 부정하는 정부의 정책사례로 △30대 그룹에 대한 획일적 특별규제 △교육평준화 강화 △대기업 규제 속에서의 중소기업 육성 논리 △노사평등적 경영민주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농업지원정책 및 지방균형발전정책 등을 지적했다. 현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 전반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특히 좌 원장이 “여러분이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청산 대상인 박정희 패러다임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고 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에선 당선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장경수(張炅秀) 당선자는 “재벌회사 신입사원 강연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며 “좌 원장은 ‘평등을 강조하는 수평적 사고는 하나의 이상(理想)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했는데 정치인은 이상을 현실화시키는 게 임무”라고 반박했다.
강봉균(康奉均) 의원도 좌 원장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나도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정치권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좌 원장은 ‘시장의 폐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당선자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작심한 듯 “경제력 집중규제에서 경쟁정책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공정거래법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