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량교수]기업,정부,그리고 여론:누가 누구를 개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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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5-19 11:55:07  |   icon 조회: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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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6



[박광량교수]기업, 정부, 시장, 그리고 여론: 누가 누구를 개혁하는가?
이 글은 자유기업원 홈페이지 http://www.cfe.org 에 있는 것임.
홍익대 경영학부 박광량 교수의 글임.


글 쓴 이 박광량 글쓴 날짜 2004년 5월 13일 조회수 125 회

제 목 기업, 정부, 시장, 그리고 여론: 누가 누구를 개혁하는가?


최근 발표되는 다양한 여론 조사 결과들은 사회주의 (무늬만?) 중국에서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반기업, 반기업가, 반자본주의적 정서가 득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로자에게 돈주고 욕먹는 것이 고용주이고, 국민들 생활 수준을 증대시켜주고도 동네북처럼 늘 두들겨 맞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이 되는 것이 또한 기업인 듯 싶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신입생을 뽑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뭐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왜 경영학과를 선택했느냐고 물으면 돈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번 돈을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해 돈을 벌고자할 뿐이라고 답합니다. 돈 번 다음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타인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어야만 기업은 이윤을 획득할 수가 있고, 돈버는 기업들은 (특히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일수록) 이미 실업자들을 구제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으면, 약간 머뭇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만 잘 살지 말고 같이 더불어 잘 살아야한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졸업생들마저도 입만 열면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고 재벌 대기업을 욕하면서도 어떡하든 본인은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좀 모순되지 않느냐 하면 ‘내부에서 개혁하려한다’는 것입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는 생각이거나 자신을 트로이의 목마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가끔 기업체 강의에도 나가 직원들 토론을 지켜보면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말라느니, 투명경영을 하라느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을 육성하라느니, 족벌경영을 하지 말라느니, ‘민주적인’ 노사공동의사결정제를 하자느니 하는 얘기들을 합니다. 그래서 그럼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기업에 들어왔는가 하고 물으면 ‘먹고살자니 할 수 없다’고 하죠. 그렇게 먹여 살려주는 기업-기업인을 왜 그리도 비판하는 걸까요? 그러나 놀랍게도 기업의 경영진이나 또는 심지어 기업주마저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것이 어떤 원리에 입각하여 돌아가고 있는지, 그 속의 기업과 이윤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들마저도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안된다거나, 빈부의 격차가 너무 크면 안좋다느니, 있는 사람들이 좀 내놓아야 한다느니, 지금은 사업이 잘 안되니까 사업이 잘되면 나도 좋은 일을 하겠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합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가-경영자-직원들도 시장에서의 기업의 작동 원리, 한마디로 돈버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 수준은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기업이라는 것도 한 사회의 문화 속에서 작동되는 것이므로 그 나라 전체의 공유 지식 수준, 즉, 사회 문화-여론이 그 하부 기업에까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겠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부(富)에 대한 많은 오해, 나아가 멸시의 감정까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리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먹고살자니 할 수 없는 일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너무’ 잘사는 것은 안 좋은 일이고, 어느 정도까지만 잘 살면 되고, 특히 혼자만 잘사는 것은 죄악이라는 정서까지 있습니다. 기업은 바로 이런 부를 창출하는 기관이므로 기업에 대한 정서 특히, 많은 돈을 버는 대기업 (‘재벌’,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 대해서 반감을 갖고있습니다. 따라서 부자 또는 돈 많이 버는 대기업에게는 정부가 강제로라도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 부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는 100여 년 전의 대원군 때의 개화기나 지금이나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어설프게 남 흉내내서 일만 달러까지는 왔지만 거기에서 근 10 년을 꼼짝 못하고 있고, 오히려 국민소득이 더 떨어지려는 조짐까지 보이는 것은 우리의 무지 때문이 아닐까요? 부에 대해서, 그 부가 창출-배분되는 시장과, 부의 창출 기관인 기업에 대해서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부에 대한 오해로 말미암아 우리는 일만 달러 이상 더 많이 돈 벌어 더 잘 살기를 사실은 원치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가 아는 만큼만, 그리고 우리가 잘 살고 싶어하는 만큼만, 우리는 잘 살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비판이 많은 데에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근거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과거 개발연대 시절에 자유로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의해 부가 창출되고 배분된 것이 아니라 자유 시장을 파괴하는 정부 권력자의 자의적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설령 그것이 절대 빈곤 탈출, 또는 민족중흥을 위해서였다 할지라도, 또 그리하여 일정 부분 생활개선이 되었다하더라도, 자기 몫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을 갖게되고, 기업 특히 많은 부를 차지하는 대기업, 부자들에게 반감을 가질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자사의 사활이 시장 경쟁에 달려있다기보다는 실력자와의 유착 관계에 달려있으므로 기업 생존 차원의 여러 가지 반자유시장적인 관행들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이나 직장인이나 투명경영이라든가, 민주경영이라든가, 족벌경영 타파라든가, 사회환원이라든가를 당당히 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기업가들은 자신이 진출하지 못한 사업분야에 대해서는 경쟁의 자유를 외치지만, 이미 자신이 진입해있는 사업분야에는 과당경쟁을 막기위해 라면서 정부규제를 요구하거나, 또는 민족 산업, 미래 산업, 유아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여 특혜나 보조금을 주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의 자의적 시장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정경유착(협조?)나 부정부패 때문에 야기된 이러한 반기업 정서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법이나 여론으로 옥석을 가리려한다면 이는 또 다른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낳을 뿐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저마다 자신이 휘두르는 칼은 정의의 칼이라고 믿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많은 비극은, 자신을 정의라고 믿으며 이를 어떻게든 실현하려고 애쓴 이념가들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업이나 기업가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법과 제도와, 궁극적으로 이것들을 만드는 우리의 지식-생각-이념-여론을 개혁해야 합니다. 법령 몇 개 고치고, ‘악덕’ 기업 몇 개 손본다고 개혁과 진보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개혁과 진보가 얼마나 쉬운 일이겠습니까? 아무리 보기 싫어도 기업의 현재 모습은 그 사회 문화, 지식, 제도, 법령, 정책 등의 경영 환경의 산물입니다. 기업을 바꾸려면 그 환경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환경이 기업 개혁이 일어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일까요? 개혁하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할까요? 어떤 개혁이 정말 진보적 개혁일까요? 누구의 판단이 옳을까요? 그냥 여론에 따라 다수결로 결정하면 될까요? 관료나 학자 또는 시민단체, 여론, 정치가, 운동가의 뜻대로 하면 되는 걸까요?

시장에서의 자기 사유재산-이해관계가 걸린 개인들의 자유롭고 자연적이고 집합적인 판단이 아니라, 어느 특정 집단이나 권력자의 뜻대로 개혁을 하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비리를 낳을 것이고, 또 청산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재벌의 문어발을 자를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문어발을 먼저 잘라야 합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기업들의 문어발은 저절로 잘릴 것입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의 지배 구조를 개혁할 것이 아니라 정치 권력의 지배 구조를 개혁해야 하고, 주주들의 사유 재산인 기업의 투명 경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을 쓰는 정부나 공공 조직, 정치 집단들의 투명경영이 우선입니다. 정부는 국민들, 특히 저소득층의 처지를 개선하는 주요 동력인 자유시장과 자유기업을 파괴하는 사기와 강제를 막는 데에, 그리고 그것에만 공권력을 동원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유경쟁시장에서 부의 창출과 분배는 동시에 그리고 다른 어떤 대안보다 더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또 그럴 때 부자, 기업가와 기업은 비판이 아니라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시장원리에 따라 한 사회의 부가 창출되고 분배된다면,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같은 헛문제 (pseudo-problem)로 논쟁을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들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할 때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 있는 그 때 이미 존경을 받을 것이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 더욱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부가 발생하려면 자유경쟁시장이라는 정당한 제도적 규칙이 정비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그런 공약을 내거는 진짜 진보-개혁적인 정치가가 당선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정치 시장이 열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유권자들의 자유시장원리와 자유기업, 부(富)에 대한 정직하고 정확한 지식이 증대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서구의 자본주의 ‘혁명’과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해 일반 유권자들도 모두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원군 개화기 때의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에 대한 학습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생업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기도 바쁜 판에, 본능이나 상식과 일정 부분 충돌하는 시장경제원리와 기업 조직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마저도 이런 지식을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없거나, 오히려 정반대 내용을 학습하고 있고, 대중 교양 교육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방송에서도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거나, 또는 기업사랑운동을 한다면서 기업특혜운동을 하는 것을 볼 때, 당분간 우리나라에서 자유시장적인 진보적 기업환경이 구축되기는 어려울 듯이 보입니다. 어차피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지식-문화-여론 정립은 기업 외부의 지식 산업 및 시장에서의 자유경쟁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므로, 지식이 아니라 부를 창출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이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그럴 유인(incentives)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물론 기업 활동하기가 힘들고 기업인이 욕만 먹는 현실(여론)을 바로잡고는 싶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올바른 기업관을 세우는 일은 돈과 시간이 더 많은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자신은 좀 무임승차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시장원리와 기업경영원리를 제대로 알아야만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유익할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기업 종사자들이 반시장, 반기업적인 일반 사회 정서를 그대로 가지고 일을 하면서 과연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사회 문화를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주변부터, 자신의 사업장의 기업문화, 공유 지식, 게임의 규칙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반인들에 비해 기업 종사자들은 시장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좋으나 싫으나 부와 이윤의 시장원리-기업경영원칙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사회 전체적인 문화가 바뀌지 않는데 자신의 조직만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들은 기업 문화 개혁 작업을 해야 합니다(이 새로운 기업문화의 구체적 내용은 필자의 다음 책을 참고 바랍니다. “경영경제학: 인간, 시장, 기업, 정부”, 경문서적, 2004). 남들도 다 하는 것을 해서는 비교우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까요. 어려워서든 몰라서든, 어쨌든 남들이 안하거나 못하는 것을, 남들이 안하거나 못할 때, 먼저 해야 ‘돈’이 됩니다. 그리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조직원 교육도 교육이지만, 그 이전에 기업인 자신이 시장과 기업과 이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적 견해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는 자신이 유리할 때는 사유재산보호나 시장원리를 찬성하고, 불리할 때는 정부 특혜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면서 그러한 자신을 어느 극단적인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는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지요?

박광량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krpar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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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2004-05-15 오후 5:35:06) New [수정] [삭제]
저 역시 초등학교 때 부터 그릇된 경제학을 배웠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올곧은 경제학을 배우고 합리적으로 비판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로 보는 것...... 우리 청년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병수 (2004-05-14 오후 12:23:49) New [수정] [삭제]
시장에서는 효용의 차이로 인하여 모든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즉, 자신이 같은 값(돈,시간,체력...)을 지불할 경우 보다 큰 대가를 받길 원하고, 같은 대가라면 싸게 사길 원하는 것이죠. 이러한 거래는 강제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됩니다. 즉, 남에게 효용을 안겨줄 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분배가 이루어 집니다.

이유미 (2004-05-14 오전 11:24:56) New [수정] [삭제]
자유시장원리에서 부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원리에 대해 짧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 소감 내용은 공백을 포함해서 200자 이내로 적어 주세요. (먼저 로그인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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