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가 내린 솔로몬식 판결 - 이동복교수 - 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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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5-18 13:45:16  |   icon 조회: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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憲裁가 내린 솔로몬식 판결

-- 결국 공은 다시 盧武鉉 대통령 손에 --

2004-05-16 12:23:09


헌법재판소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선택한 판결은 조선왕조 초기의 명재상 황희(黃喜)와 고대 이스라엘의 명군 솔로몬의 ´지혜´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3월12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가결하여 이송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헌재는 5월14일 절묘한 ´양시론(兩是論)´으로 만 두 달에 걸쳤던 탄핵파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기각´이었지만 내용적으로는 탄핵소추인인 국회와 피소추인인 노 대통령의 손을 다 같이 들어주는 ´무승부´ 판정이었다.

헌재의 ´결정´은 우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절차면에서 "적법했다"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국회가 ´고발´한 노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위반 행위´ 가운데 세 가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이 "위헌 및 불법행위로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이로써 국회의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헌법 제65조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합헌적´ 행위로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노 대통령의 문제의 ´헌법 및 법률위반 행위´들이 "대통령직으로부터의 파면을 정당화시킬 만큼 중대한 것은 아니었다"는 ´정상´을 ´참작´하여 "파면은 면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결은 ´형을 면제한 유죄´ 판결이지 결코 ´무죄´ 선고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고심´ 어린 결정에 대한 각계의 일반적 반응은 "승복한다"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승복´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여주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사오정(沙悟淨)식 반응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주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이 날 헌재의 ´결정´ 발표 직후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 참다운 민의를 헌법기관에서 확인해 준 것"이라면서 "3.12 의회 쿠데타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요, 역사에 대한 반역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거듭 매도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 의장의 주장은 이 날 있었던 헌재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일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담고 있었다.

우선 이 날 헌재의 ´결정문´은 국회의 3.12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절차상으로 적법"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헌법 65조의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같은 헌재의 ´결정´이 있은 뒤에도 열린우리당이 국회의 3.12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가리켜 여전히 ´의회 쿠데타´로 매도한다면 그 것은 헌재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만약 정 의장이 당직이 아니라 정부의 공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 같은 "헌재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 발언이야말로 그 자신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 만 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헌재의 ´결정´이 "국민의 참다운 민의를 헌법기관에서 확인해 주었다"는 이 날 정 의장의 ´발언´은 이를 문면대로 해석한다면 그가 "노 대통령에게 헌법 65조의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하는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고 국회의 3.12 탄핵소추안 가결은 적법했다"는 헌재의 ´결정´을 "국민의 참다운 민의로 수용한다"는 뜻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국회의 3.12 탄핵소추안 가결´을 ´의회 쿠데타´로 매도하면서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발언이 초래하는 이 같은 해석상의 혼선에 대해서는 정 의장 자신의 해명이 필요할 듯 하다. 게다가 그가 이른바 "화합과 상생의 정치"의 ´전제조건´으로 한나라당에게 ´3.12 탄핵소추안 국회가결´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은 그가 불과 며칠 전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합의한 "화합과 상생의 정치"와 어긋나는 것임은 물론 ´3.12 탄핵소추안 국회가결´이 "합헌적이고 적법한 것이었다"는 헌재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오늘(5월15일)부터 이 나라 정치는 또 한 차례의 반전(反轉)이 시작었다. 그 동안의 고건(高建) ´대통령권한대행´체제는 어제 오후로 막을 내렸고 오늘부터는 노 대통령의 국정복귀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고건 총리는 어제 저녁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국무총리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고 총리의 후임 총리 임명을 계기로 조각에 준하는 개각을 통하여 사실상 ´집권 2기´ 차원의 국정쇄신을 생각하는 듯 하다. 이제 노 대통령은 16년 만에 재현된 ´여대야소(與大野小)´의 국회를 등에 업고 그가 오매불망(寤寐不忘)했던 강력한 국정운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공은 다시 노 대통령의 손으로 돌아갔다. 이 나라 정국은 모든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제 많은 것이 대통령 하기 나름인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 왔다. 그가 이번 헌재의 ´결정´을 지금 열린우리당의 분위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승리´로 인식하고 ´개선장군´의 입장에 서서 국정을 이끌려 할 것인가. 헌재의 ´결정´이 나온 다음 날인 5월15일 오전10시 라디오·TV로 생중계된 노 대통령의 국정복귀에 즈음한 대국민 담화는 그러한 뜻에서 주목의 대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날 노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과거와는 완연히 다를 정도로 다듬어지고 정돈되고 온화한 것이라는 인상을 듣는 이들에게 남겨주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개월 여의 탄핵정국이 그 자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그 책임을 싸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날 담화에서 그가 자신의 ´허물´로 ´인정´한 것은 헌재가 ´무혐의´ 등을 이유로 ´각하´한 부분인 "대선자금과 (노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의 과오"였지 ´유죄´로 인정한 세 가지 사안이 아니었다.

여기서 우리는 헌재 ´결정문´의 ´행간´을 읽어 볼 필요를 느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이를 명시적·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문´을 정독해 보면 그 ´행간´에서 우리는 이번 탄핵소추안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가슴으로 느꼈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그 것은 이번 탄핵소추안 ´심판´ 과정에서 헌재의 대다수 재판관들과 헌법연구원들 사이에는 원천적으로 이번 탄핵정국이 4.15 총선거를 통해 실정법의 테두리에 구애됨이 없이 ´시민혁명´의 방법으로라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극복·타파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안간힘에 의하여 유도된 부분이 없지 않다는 의혹이 분명하게 제기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결정문´의 여기저기에서 읽혀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의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편파적인 행동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과 그를 지지하지 않는 집단으로 나라가 양분되는 현상을 초해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언행과 정치적 파장에 비춰 그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므로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등등이 그러한 대목들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5.15 담화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아마도 ´의도적´으로 아예 비껴 갔고 열린우리당은 이 부분에 관하여 사실상 헌재의 ´결정´을 무시·외면할 뿐 아니라 헌재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다수의 국민은 이제 탄핵정국의 폐장과 이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복귀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하여 이 나라 정치가 어두운 과거를 과감하게 탈피하여 밝은 미래를 열어 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듯 하다. 이에 관하여 노 대통령이 5.15 담화에서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소망´을 인식하고 이 같은 ´국민들의 소망´에 따를 것을 ´약속´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역시 야당보다는 여당, 특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의 몫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행여 그가 이번 탄핵정국의 ´승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 헌재의 ´결정´이 그에 대한 ´무죄´ 판정이 아니라 사실은 ´유죄´ 판정이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에 부합되게 겸손한 입장과 태도로 국정에 복귀해야 한다.

5.15 담화에서 노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문제에 관하여 "개혁은 국회의 몫"으로 제키고 "안정을 나의 몫으로 하겠다"고 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17대 국회의 ´좌경화´가 다수 국민의 우려의 대상이 되어 있고 퇴장하는 고건 총리의 후임 임명과 함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문제,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북핵 문제, 남북관계,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 나라의 안보와 운명이 걸려 있는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안정을 책임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국정복귀의 제1성으로 내놓았다는 사실에 일단 기대를 걸어 본다. [끝]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www.dblee2000.pe.kr









• MBC는 이렇게 보도한다 • 송만기씨 4집 앨범 판매 • 盧 탄핵.측근비리 기자회견 • 민씨 일가 의혹





( 2 )



신연희 (luoldlu)
:0 :0

법위에 올라 까부는자는 법밑에 눌려 죽는다. 눈을 크게 뜨고 볼것이다. (2004-05-16 23:14:37)





전수광 (skjeon38)
:3 :0

법이 어디 있어. 이제 남은것은??? (2004-05-16 2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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