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북한의 평양인가 -[시론] 서울에 부는 이상한 바람 -조선일보
icon 조선일보독자
icon 2004-05-16 14:26:53  |   icon 조회: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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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사설, 칼럼 편에 있는 것이며,
2004년 5월 14일 조선일보 A 27 면에도 있는 것임.


[시론] 서울에 부는 이상한 바람

여기가 북한의 평양인가

자유북한방송, 끝없을것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자유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입니다”라는 토를 달아 내보내는 KBS사회교육방송. 그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동당 간부들에게’나 ‘역사의 진실’ 등을 들으며 내가 사는 북한 땅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몰래 엿들은 그 방송을 통해 나는 내가 몸담은 폐쇄왕국 북한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북한을 탈출한 뒤 나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은 2003년 12월 25일 마침내 이뤄졌다. 탈북자들과 힘을 합쳐 ‘자유북한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첫 인터넷 방송국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책상 하나 놓고 청계천 중고상점에서 구입한 녹음장비로 초라하기 그지없이 출발했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뛰었고 여러 사람들에게 보람을 줄 것으로 믿었다.

그건 착각이었다. 전혀 예상 밖의, 상상할 수 없는 비난과 장애물에 직면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기구인 ‘한민전’에서 우리 방송을 두고 대변인 담화를 내보내는가 하면, 남북 장관급회담에선 중단을 요구했다. 우리의 방송 활동을 정치 쟁점화해서 죽이려는 것이었다. 북측의 그런 수법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이 땅에서 일어났다. 방송 출연을 하려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 경고장이 날아오는가 하면, 그의 개인 이메일로도 협박성 메시지들이 쇄도했다. 우리 사무실의 전화에는 “반역자들아, 몸조심 해라” 같은 협박성 음성들이 전달됐다. 급기야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대해준 건물주측은 이런 협박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우리에게 나가달라는 통보를 보내오기에 이르렀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내게 “몸조심 하세요”라고 걱정스레 말하고 있다.

정말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은 대한민국이 아니고 독재와 테러가 판치는 북한의 평양인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협박을 받아야 하고, 정당하다고 믿는 일을 하면서 남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지. 왜 신변을 걱정해야 하며, 왜 애써 꾸민 스튜디오를 내놓고 새로운 스튜디오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에서는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빈곤과 압제로 주민들을 묶어놓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면 ‘수구 꼴통’으로 몰아버리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온몸으로 도전하고 싶어 ‘자유북한방송’을 탄생시켰는데, 날로 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쫓겨날 운명에 처하게 됐다니, 북측이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크게 오산하고 있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우리의 방송 활동은 진실된 역사를 만들어가는 북한 민주화 운동이다. 북한의 형제들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달하고자 이 길에 나선 우리는 고통받고 있는 고향사람들을 구원하려는 필사의 일념으로 새롭게 일어설 것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뜻과 의지를 지켜줄 것을 믿고 있으며,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더 신심을 가지고 꿋꿋하게 뚫고 나가겠다는 결의를 세울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도 우리와 함께하겠다며 격려의 뜻을 전하고 있다. 우리가 외롭지 않고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당당히 외치고 싶다. 3000여 회원들과 10만여 청취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우리는 끝까지 자유의 방송을 전파할 생각이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자유북한방송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입력 : 2004.05.13 18:58 23' / 수정 : 2004.05.13 21:29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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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100자평은 총 20건입니다.
김인숙(sese1000)
136 0 슬프디 슬픈 힘없는 자들이 모여 가엽디 가여운 자들의 희망의 불씨라도 되려했건만 이 악랄하고 교활한 자들이 훼방을 놓는구나.시뻘건 마귀의 혓바닥에 놀고있는 이 멍청한 하수인들아 제발 그 더러운 마귀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갈구하는 자들의 의지를 더이상 꺽지말아라.후회할 날이 꼭 올 것이다. (05/13/2004 19:59:04)

이동화(kseoulite)
82 0 대한민국 만세! 자유북한방송 만세! 남북이 자유로운 하나가 되는 그 날까지 끈지기게 밀고 나아가자!!! (05/13/2004 19:33:12)

박민규(bodleian)
66 0 김대표님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4년 후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이 양심적인 애국자들로 채워질때 현 정부의 반국가, 반헌법, 반인권, 친북정권, 친공산주의 행위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단죄될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회복의 그 날은 곧 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05/13/2004 21:56:32)

박민규(bodleian)
53 1 김대표님 부탁이 있습니다. 현재 언론에서 "진보" 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보"는 "퇴보"의 반어고, "좌파"는 "우파"의 반어입니다. 좌파가 "진보"라는 단어를 독점하고 있는데, 우파는 퇴보적이란 말인가요? 현대사는 우파가 진보적이었음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진보"라는 단어를 폐기하고 가치중립적인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05/13/2004 22:25:04)

김홍일(khiabc)
51 0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개나발 부는 인간들이 판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평양보다 더 평양같은 곳이 서울이다. 앞으로 진정한 주체 왕조 도읍은 평양이 아니라 서울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 (05/13/2004 22: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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