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진우 변호사의 노대통령 탄핵 의견서 [1]에 이은 [2]임.
조갑제 홈페이지 http"//www.chogabje.com 에 있는 것임.
7) 송두율사건
서울중앙형사지방법원은 지난 3.30 자칭 “경계인”으로 자처하면서 전국을 시끄러운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었던 송두율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7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그가 북한의 최고위급 대남 공작원임을 숨기고, “경계인”을 가장하여 북정권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한 편 주체사상을 전파하고 서울올림픽 반대운동을 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의 범행은 대한민국의 국헌을 허물어버리고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대역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법원이 인정한 범죄는 위와 같은 반역적 국사범에만 한정되지 않고 비윤리적 파렴치범죄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황장엽씨가 그를 북한노동당 서열 23위의 중앙위원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법원에 그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사기사건입니다.
피청구인은 송두율이 위 사건으로 수사를 받기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그의 관용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국회본회에서까지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나라의 전복을 기도하는 대역범죄자이자 간교한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려던 파렴치범인에 대해서,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에서, 구명운동을 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송두율의 실체를 모르고 그런 발언을 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무능과 경솔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자발적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괜히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라고 엄살을 부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가 송두율사건에서 보여준 자신의 참 모순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헌법을 우습게 알고 실정법파괴를 예삿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8) 대통령신임 국민투표
피청구인은 자신의 측근에 대한 비리문제로 곤욕을 치루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국민투표론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학계와 정치계 그리고 사회전체가 온통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의 적법성여부에 관해서 일대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헌법소원심판사건으로 진전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2003 헌마 694, 2003 헌마 700 (병합), 2003 헌마 742(병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 국회 본회의의 시정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정치적 제안에 불과하다고 인정되고 이를 두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중 재판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은 피청구인의 위 공표가 공권력행사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반대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리고 위 결정문의 전 취지를 살펴볼 때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이 이 사건 국민투표 공표행위를 공권력행사로 보는 경우 이는 헌법 제 72조에 위배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 탄핵소추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경박한 판단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국론의 분열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국민투표가 실행에 옮겨졌을 때 여기에 투입되었어야 할 막대한 공식 비공식의 경비를 생각하면 피청구인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탄핵되어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9) 국정원장 임명
피청구인은 고영구변호사를 국정원장으로 내정하고 국정원법 제 7조 제 1항과 국회법 제 65조 제 1항에 의하여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했습니다.
국회정보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거쳐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라는 내용의 결과보고서를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정보위는 “고내정자가 정보업무에 관해서 비전문가인 점, 국가보안법 완전폐지 활동을 해왔던 점, 간첩 김낙중을 평화주의자라며 석방운동을 전개한 점, 한총련 수배자해제를 요구하고, 한통령(한국민주통일연합)관련자 구명운동을 벌인 점등 사상적 이념적 편향성이 지적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국회의 의견표명은 그야말로 ”의견“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법하다”라면서 국회의 결정을 묵살하였습니다. 이는 해괴하기 그지없는 궤변입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초법규적인 권한이란 말입니까?
문제는 국회의 결정에 대한 피청구인의 정면도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회를 향해서 “월권을 한다, 색깔을 씌운다, 청문회 진행은 모욕을 준다, 어른이 아이 나무라듯 한다, 어디다 대고 대꾸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이러고서도 법치주의 국가의 대통령을 한다는 것입니까?
10) 측근비리
피청구인은 대통령당선직후 “나의 친인척들중에는 비리에 연루될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라고 자신있게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친형은 일찌감치 대형인사청탁시비로 큰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청구인이 인사청탁에 관여한 자는 “폐가망신 시킨다”라고 하던 무서운 엄포가 무색해지도록 유야무야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친인척비리가 끊어지지 않자 피청구인은 친인척비리특별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친인척인사청탁사건이 계속 터지게 되자 그는 “내 형이 그 전에도 세 번이나 인사청탁한 일이 있었으나 이를 모두 다 거절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이로써 친인척 비리 특별단속반의 설치목적은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 무서운 “폐가망신론”은 한 번도 실천되지 아니한 헛구호로 그쳤습니다.
피청구인이 공개적으로 “동업자”,“동지”라고 부르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공직에서 도중하차하거나 세인들의 비방꺼리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하다”,“내게 책임이 있다”라는 말을 고백하면서 드디어 자신의 신임을 국민투표로 묻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발표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무렵에 시행된 열린 우리당 당의장 경선에서는 이와 같은 피청구인 측근비리가 중대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후보자들은 한 목소리로 “노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직하게 진실을 밝히고 용서받을 것은 받고 사과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후보는 ”깜짝 놀랐고 실망스러웠다. 부끄럽다. 국민앞에 벌가벗은 대통령, 법 앞에 평등한 대통령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후보는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개입됐다는 발표를 보니 정말 비통하고 한심스러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만하면 다른 증거가 필요없습니다. 피청구인은 이로써 법과 질서를 파괴한 점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져야만 할 것입니다.
창신섬유 강금원회장은 “노대통령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도와줬다, 노대통령 그만두면 평생 편안히 살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해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피청구인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썬앤문은 국세청에 대한 로비를 통해서 171억원이 부과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세금을 23억원으로 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로비에 안희정도 참여하였으며 국세청장도 이 사건으로 구속되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피청구인과 국세청장간의 공모합의여부를 운위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더구나 감세조치기록에 ”노“라고 기입되어 있는 것은 영어의 ”no"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시도는 아예 무시해야 할 것입니다.
11) 피청구인의 말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자 생활입니다. 말 가운데에는 말주인의 생각과 삶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언어를 이런 각도에서 고찰해 볼 때 그에게는 적지않은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즐겨쓰는 말 가운데에는 “씹는다(씹다)”, “조진다(조지다)”,“깽판친다”는 등의 비속어가 허다합니다. 그러한 말들은 교양인들이 쓸 수 있는 어휘들이 아닙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쓰기에는 너무나 비속한 말들입니다.
피청구인은 이러한 말들을 서민과 친근의 용어로 즐겨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무례와 독선을 대표하게 됩니다.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말에는 불안의식이 쓰며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공무원특강등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뛰면서 생각했기 때문에 헷갈리기도 했다.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 손발 이 조금씩 맞기 시작한 것 같다. 한 번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자신이 붙었다”는 그가 새삼스럽게 제기한 “호흡조종론”은 국민들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호흡의 조절이 필요할 정도로 그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 국민들의 걱정입니다.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계속적인 공권력붕괴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그는 “저도 인간입니다. 신문을 보면서도 늠름할 정도로 가슴에 철판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좀 봐주십시오. 더는 못견디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자신을 “(큰 바다에 홀로 떠있는) 돗단배”에 비유한 것도 그의 이러한 고독과 불안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청구인은 이와 같이 충천(?)하는 자신감과 연옥으로 함몰하는 위기의식사이를 정신없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곡예사같은 그의 이러한 언행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어지럽기만 합니다. 이와 같은 그의 언어불안은 바로 우리가 문제삼고 있는 법질서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불안은 “대통령짓(직) 못해먹겠다”라는 헌법파괴적 폭탄선언으로까지 진전합니다.
진짜로 못해먹을 사람들은 이러한 대통령밑에서 국민노릇해야 하는 서민들이라는 것을 그는 알야차려야 합니다.
12) 결 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 통치하의 대한민국은 1년 내내 법과 질서가 실종된 불안과 혼란의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그 근본원인은, 누누히 지적한 바와 같이, "정당한 법만 지키고 정당하지 않는 법은 지키지 않는다“라는, 독선적인 피청구인의 통치철학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기회있을 때마다 범죄단체 또는 질서파괴집단들의 행동에 대해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관대하게 처리하자. 이들을 홍위병으로 매도하지 말자“라는 대국민 호소성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작년에 파업이 나라를 뒤흔드는동안 “일시적 폭력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범법자들의 사기는 충천하게 되었고 공권력 집행기관들은 그들 앞에서 맥을 못추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입니다. 이와 같은 피청구인의 법치주의 파괴사상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봅니다.
(1) 피청구인의 “대한민국”관
피청구인의 윤리의식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그가 대한민국을 어떻게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그의 공산당관을 고찰하고자 합니다.
피청구인이 내세웠던 제 16대 대선선거공약은 “당당한 대한민국”등 네가지 목표의 대한민국 건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과 사명이 감동적으로 와 닿다게 하는 공약이었습니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실체” 또는 “정체성” (Identitiaet,eigentlicheGestalt) 이란 말은 사물의 핵심적 본질을 뜻합니다. 어떤 사물이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상실하게 되면 그 사물은 이미 자신이 아닌 이질자가 되고 맙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 사물로 하여금 그 사물되게 하는 본성을 추구하는 것이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대한민국되게 하고 대한민국에서 “그것”이 없어지게 되면 대한민국도 그것과 함께 사라지게 되는 실체가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대한민국되게 하는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산과 바다 그리고 수려한 자연환경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산천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배달민족이 대한민국의 실체를 이루는 것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참된 정체성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이를 실천해 나가는 법치주의에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사라지고 나면 이 산천이 태극기의 물결로 메워지고 배달민족이 목이 터지도록 애국가를 부르더라도 대한민국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한반도에는 태극기와 “배달민족”을 대한민국의 실체와 정체성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민족과 자주와 통일을 우리들의 최고가치로 받들고 있습니다.
민족, 자주, 통일이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최고가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가치는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하나 뿐입니다. 만약 우리가, 자유민주가 없는 통일과 자유민주주의가 있는 분단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를 가진 분단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과 사명이 없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대한민국”과 그들이 부르는 “애국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판단할 때 피청구인은 법치주의의 신봉자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신념과 사명감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소위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의 지나간 역사적 사실 하나를 되새겨 보며 이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반국가단체인 북괴는 지금도 6.25 전쟁의 목적이 민족의 통일달성을 위한 성전수행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땅위에 삶을 유지하고 있는 소위 지성인들중 적지않은 사람들이 민족, 통일, 자주가 우리의 최고가치라고 맛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우리는 6.25 당시 자주민족통일의 절대적 호기를 맞았던 것입니다.
당시 우리가 하였어야 할 일은 총과 칼을 버리고 “조선인민공화국만세”를 부르면서 “인민군”을 환영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했습니까? 총과 칼을 들고 피와 목숨을 버리면서 이 강산을 지켰습니다.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상실하고 천문학적인 이산가족을 만들어내는 비극을 견디며 우리는 이 땅을 지켜냈던 것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이었습니다.
6.25 비극을 목숨과 신념으로 막은 대한민국 군경과 국민은 사대주의적 민족반역자이고 반통일적분단주의자란 말입니까? 이제 우리가 지난 날의 비극을 딛고 일어서서 먹고 살만하게 되었다고 해서 과거의 의리와 은혜도 버리고 앞날의 지표도 망각해 버린다고 하면 우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목숨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는 우리의 영원한 이상이자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드시 그 대가를 요구합니다. 그 대가는 피와 생명입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하는 말의 참뜻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고찰할 때 피청구인이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안에는 피와 생명을 담보한 자유민주주의 사수의 신념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2) 피청구인의 공산당관
피청구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관은, 역설적으로 그의 공산주의관에 잘 들어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공산주의(공산당)관을, 그의 입을 통해서 들어봅니다.
피청구인은 일본을 공식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은 현재 공산당의 활동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이는) 민주국가로서 문제다.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피청구인의 이 경박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몰고 올 폭풍과 노도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미리 방어망을 쳤습니다. “노대통령이 언급한 공산당은 서구나 일본처럼 제도권내로 들어오는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공산당을 의미한 것이다. 일본공산당 지도부를 앞에 두고 얘기한 덕담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것이 청와대의 해명이었습니다. 사안의 긴박성을 얼마나 감지했기에 이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는가 하는 연민의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나 국토분단의 현실로 미루어보아 일본식 공산당이나 서구식공산당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공산당미화론은, 경솔의 단계를 지나, 책임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사안입니다. 당시 피청구인의 공산당론이 여.야를 가리지 아니하고 규탄의 대상이 된 것은 이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헌법보다 위에 있는 북한노동당 규약은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최고의 지표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그리고 있는 공산당은 일본이나 구라파의 공산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공산당미화론은 그의 흔들리는 윤리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청구인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모택동을 들었습니다. 모택동은 한반도를 무력으로 침범하여 한반도 재통일의 기회를 말살한 장본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불법침략전쟁으로 수많은 한국동포를 대량 학살한 반인륜범죄자입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의 뇌리에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각인되지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일본 정상외교길에서 “자신이 가까이 하고 싶은 나라로서 첫째는 일본이고 둘째는 중국이고 셋째는 미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문제된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냐 아니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나라가 우리의 국권과 문화, 나아가서는 우리의 젊은 남녀를 빼앗아간 국가냐 아니면 우리의 국토와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서 그들의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산 설고 문 선 이역만리의 땅에서 피와 생명을 흘리게 한 나라냐 하는 구별도 아무 의미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미면 어때”라는 평시의 신념을 관철하여 대통령직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피청구인이 미국방문에서는 “만약 미국이 6.25 전쟁때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면 나는 지금 북한의 정치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을 지 모른다”라는 기상천외의 발언을 하여 미국사람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방문국이 어디냐 하는데 따라서 말의 내용이 이렇게 달라지는 문제를 피청구인의 윤리의식과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추기. 대통령 탄핵소추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
피청구인은 같은 시점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두 최고사법기관으로부터 대통령의 자격유무에 관한 판단을 받고 있습니다. 그를 피고로하는 대통령선거무효소송은 2003. 1. 18 대법원에 제기되었습니다. 그동안 1년 4개월이란 긴 기간동안 9차의 심리를 거쳐서 2004. 2.2. 결심되어 지금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위 소송을 제소할 때는 물론 결심단계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이와 같은 탄핵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1년 4개월 전에 시작된 대통령선거무효소송과 최근에 제기된 대통령탄핵소추가 비슷한 시기에 결판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필연적인 결과인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오히려 성스러운 하나님의 섭리와 예정이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법원이 담당하고 있는 선거무효소송이나 헌법재판소가 심리하고 있는 탄핵심판사건의 청구원인사실은, 이상하다고 할만치, 완전히 동일한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위반이 양 사건의 공통된 소인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쪽 최고사법기관이 먼저 제소인의 청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다른 최고기관은 자신의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처럼 이 두 사건은 운명공동체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에 대한 결정여하에 따라 우리나라 최고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이 다시 정립될 것입니다.
탄핵소추에 대한 찬반의 국론분열은 실력대결의 극한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부끄러운 국론분열에는 우리 국민들의 감정편도성도 적지않게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법치국가의 국민답게 조용히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때 입니다. 그런데 거리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탄핵반대와 탄핵찬성의 노도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바램과는 거리가 멉니다.
탄핵이 발의되면 자신의 인기와 지지율을 개의챦고 스스로 물러난 외국의 대통령 선례를 보면서 우리는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피청구인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있는 국민들은 20% 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것은 위험한 지지율이자 부끄러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20%의 지지율은 그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국민들의 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숫자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지금이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도록 조종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탄핵반대시위도 탄핵지지시위와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열린 우리당 중진의원들과 희희낙락하면서 총선결과를 자축하였습니다. 이것은 대통령권한이 정지된 사람으로 취할 자세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는 열린 우리당과 함께 총선결과를 탄핵심판결정으로 단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경멸입니다.
이 문제가 물의를 일으키게 되자 피청구인도 미안하게 되었다는 사과를 표했습니다. 이와 같이 어렵고 중요한 시점에 이런 경거망동의 행동을 취하는 피청구인에게는 탄핵이외의 적절한 대응책은 없다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