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왜 침묵하나 - 도준호 논설위원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icon 뉴스앤뉴스
icon 2004-05-11 16:20:08  |   icon 조회: 913
첨부파일 : -
이 글은 뉴스앤뉴스 http://www.newsandnews.com 에 있는 것임.


기사입력: 2004/4.28 14:44

‘북한인권’ 왜 침묵하나

끌려 다니는 게 능사 아니다


도준호 논설위원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어느 때보다 뜨겁고 혼란스러웠던 총선정국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 하나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혀 가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최근 대북 인권개선결의안을 채택했다. 작년에 이어 채택된 이번 결의안은 유엔특별보고관을 두기로 함으로써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북한에 입국해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의 실상, 임산부에 대한 강제낙태, 거주이동의 제한 등 각종 자유제한 실태를 조사해 내년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위원회에 보고 해야 한다.



▲ 제60차 유엔 인권위 회의장 전경.
이러한 조처에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할 것이 예상되지만 어떻든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사회가 가장 관심을 갖는 쟁점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 일부국가가 북한과의 수교 전제조건으로 인권개선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 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직접 당사자이면서,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가슴아파해야 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뒷꽁무니를 빼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유엔인권위 표결에 불참한데 이어 올해에는 기권했다. 기권의 이유는 우리정부가 적극 나서면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리가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움직임에 적극 동조하면, 북한이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었거나, 남북간에 긴장을 조성해 한반도 평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이같은 주장이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음으로 해서 한반도 평화를 얻겠다는 생각은 평화의 결정권을 북한에 쥐어 주는 꼴이며, 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인권정부’를 무색하게 만든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기구로 설치된 인권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공권력에 의한 각종 인권침해사례에 대해 적극적 조사를 하는 등 어느 정부보다 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인권만큼 보편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것은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 가야 할 가치다. 그런데도 국내와 대북인권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면, 그것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침묵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나라다운 대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제네바 인권위원회에서 국내의 NGO들은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로비를 하고, 정부당국자들은 그들과 다른 입장을 밝히는 일이 벌어졌다니 한편의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정부가 북한에 쌀과 비료를 보낼 때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인도주의 조치라고 설명하고, 북한이 싫어한다고 해서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인권침해실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다면 우리 대북정책의 궁극 목적이랄 수 있는 북한의 변화는 영영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한 것만 남한으로부터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개선은 하나의 분명한 원칙이어야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전술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일시적인 남북대화 중단 등 북한의 반발이 두려워 원칙을 포기한다면 정상적이고, 호혜적인 남북관계 구축은 물론 남한은 북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개선을 요구하는 문제는 분명 민감하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2004-05-11 16:20:08
211.192.93.6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