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 미군기지 이전(移轉) 또 꼬이게 해선 안된다
icon 조선일보독자
icon 2004-05-11 16:09:30  |   icon 조회: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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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설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것이며 2004년 6월 7일 조선일보 사설로 게재되었던 것임.


[사설1] 미군기지 이전(移轉) 또 꼬이게 해선 안된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경기도 오산과 평택으로 옮기는 문제가 아무래도 또 꼬여갈 모양이다. 이전 예정 지역 주민들이 벌써부터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고 이달 말에는 이른바 ‘운동가’들이 선두에 서서 각종 시민단체들을 이끌고 현지에 집결해 ‘반전평화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지가 촛불로 뒤덮이고 반대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제2의 부안사태’로 비화될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지 이전이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미군이 서울에 남는다는 데 합의하고도 11만평의 땅을 미군이 더 쓰느냐 마느냐를 따지다 아예 이전해 버리기로 최종적으로 낙착됐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그동안 철석같이 믿었던 한·미동맹관계가 이렇게까지 부식(腐蝕)되었는가를 보고 놀랐으며, 기지 이전 문제는 미 대사관 신축 문제와 함께 한·미동맹의 변질 가능성과 이상징후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 국내외 언론에 의해 곧잘 거론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연속된 사태로 노출된 한·미동맹의 이상징후는 이제 미국정치의 핵심 브레인들에 의해 장기적 관점에서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단계로 이르렀다. 한·미관계의 오늘이 결국 누구, 또는 어떤 세력의 뜻이 관철된 결과인가를 판단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세력은 머지않아 주한미군기지의 서울 이전에서 더 나아가 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기지가 옮겨가기로 된 오산 평택 등지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태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주시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길을 잘못 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첫 단추는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미국, 또 그 연장으로서의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와 동맹전략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국민 앞에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대통령이 중국의 대두로 점차 유동성이 강화될 동북아 지역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을 한국안보의 필수적이고 결정적 받침대로 판단한다면, 이 문제를 관계장관이나 관료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진두에서 직접 챙기고 국민 설득에도 앞장을 서야 한다. 탄핵문제가 매듭 안 된 지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먼저 나서야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지역 주민과 주둔 미군 간의 갈등이 커지면 최고 국가책임자가 나서 해당 지방정부를 설득하고 그 지방정부가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만일 오산 평택의 문제를 하부(下部)에 위임했다가 이 문제가 부안사태나 대사관 신축 사안처럼 꼬이고 뒤집히게 될 경우, 양국관계의 상처는 크고, 이 상처는 긴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게 뻔한 일이다.

우리의 경우 경기도가 협조적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기도는 이미 미군기지 이전 시 인구 20만명 규모의 국제평화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용산기지에 있는 메릴랜드대학 분교를 옮겨오고 외국인 초·중·고등학교도 유치해, 전시 와중에 만들어진 기존의 미군기지 주변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최소한 경기도 차원의 적극성과 능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입력 : 2004.05.06 18:33 33' / 수정 : 2004.05.06
2004-05-11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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