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 [디지틀] http://www.chosun.com 의 사설, 칼럼 편에 있으며, 2004년 4월 28일 조선일보에도 게재되었던 것임.
[조선데스크] 386에 침을 뱉어라
▲ 진성호 편집국 차장대우
‘서울대 뉴스’를 표방하는 인터넷매체 ‘스누나우(www.SNUnow.com)’에 386(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세대를 비판한 후배세대의 글이 며칠 전 톱뉴스로 떴다. 필명 ‘깜악귀’가 쓴 ‘선배들의 질주, 그 착잡한 풍경/총선감상―가장 힘 센 세대의 모순과 트라우마’다. 서울대 인문대 건물에서 발행되는 이 인터넷 매체의 2대 회장인 김남훈씨가 필자의 본명이다. 이 글은 문화 웹진 ‘컬티즌’(www. cultizen.co.kr) 등에도 소개돼 사이버 공간으로 확산되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그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3차인가로 룸살롱에 가서…노래를 부르던 그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시절의 민중가요를 몇 차례 불러제치고 나오던 그들. 이런 풍경이 나는 두렵다, 혹은 슬프다. 과거 학생운동의 거물이었던 이들의 정치권 진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때, 나는 두렵다, 혹은 슬프다. 아마도 앞으로 이만한 정치적 경험을 공유한 세대가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점이 두렵다, 혹은 슬프다.”
97학번으로 알려진 20대 인터넷 논객의 통렬한 386 걱정이다. 386 중 상당수가 40대가 돼 ‘486’이 되면서 이제는 386 대신 ‘86’이란 말도 나온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4월 14일, 한국에서 386이 정치판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386세대의 부상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와 민권운동 속에서 정치적 견해를 형성했던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할 만하다”고 했다. WSJ는 “386세대들이 방송사와 전교조, 기업체에서 중요 직책을 맡으면서…”, “한국판 문화전쟁” 등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늘 기성사회체제를 비판해온 386이다. 부패하고, 미국 등 매판자본에 의지한 채 민족에 무관심하다고, 군사독재에 침묵해왔다고.
그런데 정작 386 자신이 후배들로부터 또다른 이유로 비판을 받는 형국이다.
“내가 다녔던 벤처회사의 부사장은 과거에 자신이 전경들을 향해서 얼마나 날아차기를 잘 했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한국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날아다녔으니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여기에서 ‘전경도 사람이잖아요’라는 소리를 할 만큼 내가 속없는 부하직원은 아니었다. 다만 부사장은 그렇게 노동운동을 위해서 날아차기까지 했던 자신이 왜 ‘부사장’이 되어 있는지, 회사 내에 왜 노조 하나 허용하지 않는지 해명한 적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81학번인 기자에게 386들은 한국사회 실세가 된듯 싶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됐고, 심야토론 진행자가 됐고, 벤처기업 사장이 됐고, 무슨무슨 방송관련 단체 회장이 됐다. 그러나 선배세대보다 더 민주적으로,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깜악귀는 386을 조롱까지 했다. “촛불집회를 6월 민주화 항쟁의 연장선에서 보고 싶어하는 명명법에서도 나는 얼핏 그것을 본다. 노스탤지어와, 축제와, 자부심과, 은밀한 수치심의 보상 욕구.”
“나는 그들(386)이 반성적 성찰을 완전히 잃어버릴까봐 두렵다, 혹은 슬프다”라고 후배가 이야기할 때, 486이 된 기자는 비참해진다. 그의 지적이 두렵다. 그러면서도 기쁘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386은 뼈를 깎는 거듭남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사실을 후배들이 먼저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호 shjin@chosun.com )
입력 : 2004.04.30 19:2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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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100자평은 총 11건입니다.
김인숙(sese1000)
23 2 386세대는 분명코 머지않아 형체도 없이 사그러질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 이치다. 흥한 자 망하게 되고,거만한 자 천덕꾸러기 되고,날뛰는 자 나자빠지게 되어 있다.모든 것이 뛰어 봤자 벼룩이다.386세대의 학생운동은 그 이전에 비하면 운동이라 할 수도 없다.그저 불편한 유희를 했었다고 이 시대에 와서 여기 저기서 판치고 있으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04/30/2004 21:48:31)
강형모(kangyeosang)
22 4 4월30일 오후10시 현재 KBS가 김재규를 민주투사로 둔갑시키는 반역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김재규는 결과로 볼 때 군사정권을 14년이나 연장시켰습니다. 만약 박정희가 김재규의 손에 죽지 않았다면 영광의 퇴진을 했을 것입니다. (04/30/2004 22:18:23)
강형모(kangyeosang)
12 1 386의 학생시절때 열심히 공부한 자에게는 전문가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렇지 않은 자는 무뇌깡통에 불과한 자들로 반역자가된 김대중의 꼭두각시노릇을 했다. 그래서 386은 경제에 있어서는 첨단을 걷고 있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무뇌인 꼭두가시에 불과하다 (04/30/2004 22:30:32)
조성규(jsk83217)
8 2 나 역시 86이지만 우리 세대의 이중성은 자신의 실제 생활방식과 광풍처럼 휘몰아 치던 이념적사고(의식화)를 요구하는 학원 분위기에서의 사고방식간의 불일치에서 기인한 점이 많다.그당시 의식화는 최고의 화두였고,그것을 모르면 대학생도 아니었다.의식화는 마치 유행처럼 많은 학생들의 사고체계를 뒤흔들었다.이런 사고의 관성이 아직도 386의 말과 행동의 부조화를 낳는다고 본다 (04/30/2004 20:35:56)
김원호(kwh6410)
6 19 참 이상한 일은 조선은 50대나 60대 혹은 20대등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없다는 점이다. 왜 386세대가 조선의 공격대상이 되는가? 그것은 386세대야 말로 현재 조선을 가장 위협하는 세대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