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부'의 登院 - 우리 정체성에 배치되는 정강정책 어찌할건가 - 조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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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4-05-03 03:52:47  |   icon 조회: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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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4.30 09:33

'터부'의 登院

우리 정체성에 배치되는 정강정책 어찌할건가


조규석 논설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 실장)

제 17대 국회 개원일인 5월 30일 국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등원하는 10명의 민노당 의원들을 지켜보게 된다. 민노당 의원들의 등원은 상징어를 빌리면 이념적 '터부'(禁忌:금기)의 국회 진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 헌정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해서 조금도 지나칠게 없다. 놀라운 변화다.

물론 민노당 지도부의 한사람은 의회진출 성공을 두고 어느 방송 대담에서 '목욕탕에 냉수 한바가지 떠 부은 정도'라며 자당의 정치적 입지가 한정적일 뿐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이 갖는 함의(含意)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 민노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16일 중앙선관위 제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증을 교부받고 있다.
의석 숫자로만 보면 민노당 10석은 전체의석의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파급될 영향력의 넓이와 크기는 의석 점유율보다 훨씬 넓고 클 것임을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무엇보다도 노동계의 요구가 민노당을 통해 의회 안에서 합법적으로 제기ㅡ논의되고 입법화 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거리와 광장 혹은 노동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던 노조집단의 극한투쟁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동안 경험해온 혼란은 크게 줄어 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노당의 의회진출에는 이같은 긍정적 기대보다는 더 크게 우려할 요소가 잠재해 있다는 점이다.

민노당의 정강정책 혹은 총선공약들은 총선과정에서 숱하게 지적된 대로 우리 체제의 이념적 정체성에 배치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조항 혹은 내용이 적지 않다. 주한 미군 단계적 철수, 남북미 평화협정체결, 국보법 등 폐지, 공기업 민영화 중단, 재벌해체, 사적 소유권 제한, 외국인 투자 유치 제한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친북 반미 지향이고 사회 경제적으로는 평등-분배 우선의 정책들로 볼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는 사회주의 체제의 정강정책 그대로인 셈이다. 논의- 토론-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세계적 투자회사인 모건 스탠리 인사들이 민노당을 방문해 이런 저런 정책들에 대해 꼼꼼히 질문하고 돌아간 것은 내외의 우려를 잘 말해준다.

하나의 구체적인 가정(假定)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지금 무더기로 계류중인 당선 무효소송들의 판결결과로 집권 여당이 단지 한 두 석 부족으로라도 과반 점유가 무너질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그것이 현실화할 경우 민노당의 의회내 파워는 훨씬 강해진다. 이른바 캐스팅보드 역할을 단단히 해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당내의 강경개혁주의자들은 빈번히 민노당과의 공조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민노당은 거기에 상응한 반대급부를 요구할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민노당의 정강-공약의 입법화는 길이 트이게 될 것이다. 대단한 정치적 수확이 아닐 수 없다. 17대 국회에서 정국의 기류가 점진적으로 그렇게 형성되어 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오늘과 같은 첨예한 국가간 경쟁시대에 반드시 필요하고 정당한 정책이라도 그것이 보수적이라는 핑계만으로, 혹은 보수 야당이 상정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입법이 저지될 수 있다. 민노당의 의회진출에 대한 우려는 그 점으로부터 연유한다.

물론 민노당의 국회진출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의미한다는 평가도 틀린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제도권 안에서 이념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 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런 평가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 가야할 일이 있다. 민노당의 정강- 공약들은 대부분 이미 옛 사회주의 체제에서 실험이 끝나 사실상 폐기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것들은 의회 진입을 위한 선거 전략일수는 있으나 오늘의 상황에서 국가경영을 위한 정책이 될 수는 없다.
세계의 조류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터부의 벽을 뚫고 등원하게 될 민노당 의원들도 이 점만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민노당 대의원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민노총이 이미 '6월 총력 투쟁'을 선언해 놓고 있는 상태다. 민노총의 이같은 투쟁예고에 민노당은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가. 등원이전에 이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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