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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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3-10-24 00:49:10  |   icon 조회: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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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면책특권이 "막말 허가서"인가
(서울 = 연합뉴스) 국회가 국회의원들의 막말 경연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같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주 본회의에서 `개혁당 유시민 의원의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방문설'을 주장하더니 이번주에는 또 같은 당 심규철 의원이 `정대철전 민주당 대표의 SK비자금 200억원 수수설'을 제기해 국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심한 것은 두 사람의 이런 주장이 모두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는점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헌법상의 면책특권을 악용해 확인도 안된 내용을 `의혹'으로 제기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김무성 의원은 3일만에 "잘못된 주장으로 유 의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공개 사과하면서 "당에 들어온 제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아직도 "동료 의원에게 들은 얘기"라며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 발언의 경우 `한번도 중국에 가본적이 없다'는 유시민 의원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하면 그 자리에서 확인되는 사안이므로 더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심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이지 않는한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것같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폭탄같은 발언을 해놓고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은채 입을 닫아버린다면 검찰이수사를 해서 그 내용의 진위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나 국회 본회의에서근거도 없이 "모 의원이 어느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았다더라"라고 발언하면그 다음은 누가 책임질 일인가. 단 몇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출입국 기록 조회도 없이 동료의원을 `중국에 갔다 왔다'고 몰아붙이는 국회의원이 정말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인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이런 무책임한 발언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이런 발언의 거의 전부가 의원 개인의 정보나 소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발언대에 나와서야 당직자가건네준 `쪽지'를 처음 펴보며 내용도 잘 모른채 더듬더듬 읽는 사례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면책특권이 구태정치의 표본인 `막말'과 정치공세의 방패막으로 악용되고있는 것이다.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정치권 일각에서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절 국회의원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발언할 수있도록 보호하는데 효력을 발휘했던 면책특권이 이제 `제한해야 할 권한'으로 추락한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내 발언과 표결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 다만 현재와 같이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판을치는 풍토에서는 무책임한 폭로, 거짓말, 중상모략이나 인신공격 등의 정치공세와음해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같다.
2003-10-24 0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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