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부와 열녀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50:44  |   icon 조회: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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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어느 마을에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는데 그의 남편은 산에서 약초를 캐서 생활하는 초부였다. 한데 그 동네에는 역시 한 사람의 초부가 있어 두 사람은 항상 함께 산으로 다녔다. 이 친구는 초부의 부인을 탐하여 항상 무슨 흉계를 품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달려들어 초부의 목을 조르자 초부는 입에 거품을 품으며 죽어 버렸다.

친구는 시체를 절벽 아래로 내던지로는 태연한 기색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초부의 집으로 가서 "아무게 있는가?" 하고 찾았다. 초부의 아내는 깜짝 놀랐다. 날마다 제때에 돌아오던 남편이 오늘은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되묻자 그는 태연하게 "오늘 나는 급한 볼일 있어 먼저 돌아왔는데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모르겠구먼"하고 걱정까지 하였다.

세월이 가고 남편이 죽은 것으로 판단되자 친구를 의심하게 되었으나 증거가 없으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호구조차 할 도리가 없었다. 이것을 본 친구는 양식과 의복을 공급해 주며 친절을 베풀었고 얼마후 결혼을 요구하게 되었다. 아내는 가슴 속으로 어떤 결심을 하고 결혼을 승낙하여 아들 삼형제 딸 형제를 낳는 동안 전 남편에 대한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으므로 그는 지금의 안내를 완전히 믿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마철이 되어 처마물이 땅에 떨어져 허연 물거품을 이루는 것을 본 새 남편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허허" 하고 웃었다. 아내는 남편의 웃는 까닭을 물었으나 아무 일도 아니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웃음이 이상해서 다시 웃는 이유를 물었다. "5남매나 낳고 사는 부부 사이에 무슨 못할 말이 있겠는가?"하며 정색을 하고 묻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은 당신 전 남편은 내가 죽였소. 그놈의 목을 졸라 죽일 때 그 놈이 입에 거품을 물고 죽었는데 지금 처마의 낙수가 거품을 이루는 것을 보니 그 일이 생각나고 인명이란 수포(水泡)와 같은 것이 우스워서 웃는 것이요"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했으나 불같은 노여움이 끓어 올랐다. 남편이 외출한 뒤 아내는 관가로 달려가 남편을 고발했다. 남편은 법에 의하여 참수되자 부인은 "내 미색으로 인하여 남편을 죽게 했으니 내 어찌 살까보냐"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결하였다.

(보은읍 봉평리 김윤기 39세 제보)
2001-08-11 12: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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