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무서워하는 도둑놈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46:47  |   icon 조회: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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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충청도 어느 산골에 한 부잣집이 있었다. 워낙 깊은 두메 산골이라 가끔 개나 소를 잃어본 지라 주인은 집 단속을 하면서 머슴에게 이르기를 호랑이와 도둑이 두려우니 닭장과 외양간을 잘 살피라고 했다. 그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사랑 문 앞에 앉았다가 "호랑이는 난데 도둑놈이란 어떻게 생긴 놈일까"하고 궁금하게 생각하다 외양간으로 가보니 워낙 큰 소가 버티고 있는지라 마구간으로 갔다. "여기서 기다리다 소가 잠이 들면 잡아먹어야지"

호랑이는 밤이 깊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때마침 도둑놈 하낙 마굿간으로 들어와 보니 적은 말 한 마리가 누워 있는지라 도둑은 호랑이 목에 고삐를 매고 올라탔다. 놀란 호랑이는 제 등에 타고 앉은 놈이 도둑놈이라는 괴물이라 믿고 겁에 질려 도둑이 모는 대로 질풍같이 내달았다. 도둑은 속으로 기뻐하면서 말은 비록 작지마는 달리는 것을 보니 천리마가 틀림없다고 믿고 연신 채찍질을 했다.

호랑이는 죽을힘을 다하여 달리면 달릴수록 매질이 심한지라 도둑놈이란 괴물이 무섭긴 무섭다고 생각했다. 겁에 질린 호랑이를 타고 달리다 보니 먼동이 훤히 터 왔다. 도둑이 가만히 내려다보니 말이 아니라 호랑 인지라 기겁을 하고 놀라 어쩔 줄을 모르는데 마침 고목에 큰 구멍이 있는지라 다급하게 뛰어내려 구멍으로 숨어버리니 호랑이도 크게 숨을 쉬며 이제 살았다고 달아나는데 큰곰을 만났다.
"어디를 갔다 비를 맞고 오시오?"

곰이 땀으로 흠씬 젖은 호랑이를 보고 묻자 호랑이는 고개를 흔들며 "아이고 말도 마시오, 도둑놈이란 괴물이 만나 밤새도록 그 놈을 태우고 매를 맞으며 혼이 났는데 마침 그 놈이 당신 집으로 들어갔으니 조심하시오" 호랑이 이야기를 들은 곰은 "아니 그래 산중 영웅인 당신이 겨우 도둑놈 하나를 못 이기고 밤새도록 쫓겼단 말이요? 그 놈이 어찌 생긴 놈이길래" "나도 모르겠오, 어떻게 생겼는지 겁에 질려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나하구 도둑놈하고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조심하우"
호랑이와 헤어진 곰은"요놈 만나기만 해 봐라, 당장 숨통을 졸라 죽일 터이니" 그러나 곰도 속으로 약간 겁이 나는지라 엉덩이로 도둑이 숨은 나무 구멍을 막고 앉았다.

이때 도둑이 갑자기 어두어져자세히 보니 곰이 구멍에 걸터 않았는지라 허리끈을 끌러 곰의 불알을 감아쥐고 잡아당기니 곰은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도둑놈님 제발 살려주시요"했다. 그 소리를 멀리서 들은 호랑이는 몸서리를 치며 도망치고 도둑은 곰을 잡았으나 지쳐서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지나가던 나무꾼이 보니 나무 위에 곰이 죽어 있는지라 낫으로 배를 갈라 웅담만 빼가니 나무 속에 갇힌 도둑이 말하기를 "쓸개도 내 것인데" 하더란다.

(삼승면 상가리, 김영준 남 58세)
2001-08-11 1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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