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의 외상값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46:14  |   icon 조회: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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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금을 캐는 광쟁이가 있었다. 그는 벽채와 삼태기, 함지박을 지고 떠돌아다니며 개천에서 금을 캤지만은 벌이가 신통치 못해서 늘 가난하게 살았다. 일정하게 사는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금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몸이라 주막이나 객주집이 그의 집이요 고향이었다. 그 날도 그는 주막에서 며칠을 묵고 떠나는데 점심 요기를 하기 위해서 달걀을 몇 알 삶아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주막집 주인에게 사정을 했다.

"제가 이번에 금을 캐면 꼭 갚아 드릴테니 달걀 몇 개만 외상으로 주시지요" 주막집 주인은 그러냐고 대답하면서 달걀 값은 꼭 갚아야 한다고 다짐을 받은 뒤 달걀 한 줄을 삶아 주었다. 광쟁이는 꼭 갚겠노라고 다짐을 하고 길을 떠났다. "제놈이 이 길이 아니면 딴 길은 없으니 금을 캐면 달걀 값을 톡톡히 받아야지" 주막집 주인영감은 멀리 사라져가는 광쟁이를 바라보며 거듭 다짐을 했다.

그길로 광쟁이는 산으로 들어가 천신만고 끝에 은을 많이 캐서 삼년만에 다시 그 주막을 들렸다. "젊은이 참 오랜만일세, 그래 금은 많이 캤나?" 주막집 영감이 묻는 말에 금은 못캤지만은 은은 좀 캤으니 삼년전에 먹은 달걀값으로 받으라면서 은 세푼을 내놓았다. 그랬더니 주인 영감은 펄쩍 뛰면서 "네 이놈 달걀 한줄로 병아리를 까서 길렀으며 지금쯤은 수 백마리가 되었을 텐데 은 세푼이 어디 당한 말이냐?"고 했다.

젊은이 행낭에 가득히 들은 은에 눈이 어두어진 주인 영감은 광쟁이와 옥신각신하였으나 젊은 광쟁이도 지지않고 우기는 바람에 원님한테 송사를 냈다. 송사를 맡은 원님이 가만히 생각하니 광쟁일 말을 들으면 광쟁이 말이 옳고 주막집 주인 이야기를 들으면 주막집 주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달걀 한 줄이라고 했겠다" 원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망설이는 일곱 살 먹은 그의 아들이 말했다.

"아버님, 달걀을 삶으면 병아리를 깔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구나, 그렇게 쉬운걸 가지구" 원님은 좋아라 하고 판결을 했다. "여봐라, 달걀은 분명 삶았다고 했게다." 두 사람이 함께 그렇다고 하자 원님은 말했다. "이놈아. 삶은 달걀이 어떻게 병아리가 되느냐. 그리고 달걀 한 줄이면 은 한푼이면 되지. 세푼을 받다니, 두푼은 도로 돌려줘라"고 판결을 했다고 한다.

(산외면 오대리, 송병조 남 78세)
2001-08-11 12: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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