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충청도 어느 고을에 인색하기 그지없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떻게나 구두쇤지 이웃에 초상이 나도 보조를 하는 법이 없고 중이 와도 동냥을 안 주는 위인이었다. 이 부자가 하루는 방문이 찢어져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돈을 들여 종이를 사다 바르기는 아까워서 집안을 샅샅이 뒤져보았더니 조그만 조각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그 종이로 문구멍을 바르려고 대어 보아 더니 종이가 작아 다 바를 수가 없었다.
부자는 궁리 끝에 더 큰 종이를 얻을 요량으로 그 종이로 편지를 써서 건너 마을 부잣집으로 보내면서 하인에게 답장을 꼭 받아오라고 일렀다. 그런데 심부름을 갔던 하인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화가 난부자는 건넛마을 부잣집으로 달려갔다. "이 사람아, 전인으로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해 줄 일이지, 어찌 그리도 예절을 모른단 말인가?"했다.
마침 편지에 밥풀질을 하고 있던 건너 마을 부자는 "편지를 종이 없애고 먹 없애고 붓 달구고 왜 하나? 자네 하인한테 일어 보내면 될 것을" 했다. 그리고 전인 채 온 편지로 문구멍을 막았다. 화가난 부자는 이 종이는 내 것이니 내가 가져가야겠네 하고 문구멍에 붙였던 종이를 떼어갔다. "이 사람아, 종이는 가져가더라도 종이에 붙은 밥풀은 떼어놓고 가게" "자칫 했더라면 큰 손해를 볼뻔 했는데 밥풀은 무슨 놈의 밥풀" 두 사람은 서로 "아이구 저런 노랭이"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