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삼 형제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42:23  |   icon 조회: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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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기이한 삼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일찍 부모를 여위어 이들은 농사꺼리도 없고 그렇다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하루하루를 매우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큰 형은 몇 백리 밖의 것이라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둘째는 멀리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으며 막내는 남달리 힘이 세었다. 제각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는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날마다 굶기를 밥 먹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형이 멀리 바라보니 몇 명의 장정들이 나라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아우를 불러 그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도록 했으나 워낙 거리가 멀어 그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나라에서는 귀중한 물건을 도적 맞았으니 범인을 잡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는 방이 붙었다.

삼 형제는 그 소문을 듣고 읍내로 나가 도적을 잡기로 했다. 세 사람은 한 패가 되어 저자거리로 돌아다녀도 며칠 전에 본 범인과 닮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저녁에 허기진 배를 보리죽으로 채우고 누워 있는데 달빛은 교교하고 추위마저 들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놈들만 잡으면 당장 허기는 면하는 건데" 큰 형이 혼잣말을 하는데 둘째가 귀를 세우더니 "이 놈들이 백리 밖에 있는 걸…"한다.

삼 형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밤을 도와 소리나는 쪽으로 가는데 형은 형대로 지치고 둘째는 둘째대로 지쳐 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좀 쉬었다 가자" "아니야 형님들 내가 업고 가겠소" 두 형제는 셋째의 등에 업혀 소리가 나는 곳에 당도했을 때에는 먼동이 틀 무렵이었다. "형님들은 여기 계시유" 셋째는 동굴 밖에 형들을 남겨 놓고 굴속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셋째는 산적들을 굴비두름 엮듯이 한줄에 묶어 끌고 나왔다.

아직도 밤새 마신 술이 덜깬 도둑들은 무릎을 끓고 애걸을 했지만은 셋째는 막무가내였다. 굴비두름 엮듯한 도적들은 이튿날 관청 앞 뜰에 도착이 됐다. "참 장하고 훌륭한 일을 했다." 삼 형제의 말을 들은 상감님은 그들에게 후한 상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눈이 좋은 큰 형은 파수꾼으로, 귀가 밝은 둘째는 감영직이로, 그리고 힘이 센 셋째는 수문장으로 삼아 일자리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때부터 이 고을 나쁜 짓을 하는 범인이 없고 남의 것을 탐내거나 못된 짓을 하게 되면 기이한 삼 형제에 의해 들통이 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사람의 마음은 고와지고 대평성대를 누렸다고 한다.

(보은읍 종곡리, 이종호 남 63세)
2001-08-11 12: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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