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명당 노린 딸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41:53  |   icon 조회: 1508
첨부파일 : -
옛날 어느 고을에 욕심 많은 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딸은 바쁘게 친정으로 갔다. 친정에 딸이 도착되었을 때는 이미 묘자리가 정해지고 내일 장례를 지내기 위해서 광중을 파 놓은 뒤였다.

딸은 슬피 울면서 아버지 시체 옆에 앉아 있는 윗방에서 큰 오라버니와 지관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선고장께서 워낙 복인이시라 그런 대지에 가시게 되었지요" 지관은 사뭇 오늘 광중을 마련한 곳이 천하의 명당이니 멀지않아 이 집은 크게 번성하고 부자가 될 것이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딸은 거짓 울면서 윗방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속으로 욕심이 생겼다.

몇해 있으면 자기 시아버지도 죽게 될 터인데 가세가 가난하여 내관을 가지질 못하였으니 아버지 묘자리를 가로 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은 밤이 깊기를 기다려 다른 사람들이 잠든 틈을 이용해서 물동이를 이고 뒷동산에 마련된 묘자리로 갔다. 그리고 머리에 이고 온 물을 잘 손질해 놓은 광중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물 세동이를 길어다 부은 딸은 집으로 돌아와 시침을 딱 떼고 있었다.

이튿날 시체를 모신 상여가 도착 되어 광중에 모시려고 하니 어제와는 달리 발이 빠지고 물기가 스며 올라왔다. 그것을 보자 지관은 도망을 가고 맏상주는 크게 당황하여 묘자리를 옮겨 다시 잡으라고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체는 다른 곳으로 모셔지고 그 자리는 메워져 버렸다. 그것을 본 딸은 기쁜 마음으로 초상을 치루고 시집으로 돌아갔다.

몇 년이 지난 뒤 그 동생의 시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전가를 받고 큰 오빠가 문상를 왔다. 누이동생을 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오라버니한테 간곡하게 사정을 했다. "오라버님 아시다시피 집안 살림이 넉넉지 못해서 아버님 묘를 모실만한 산이 없으니 오바버님께서 묘자리를 주선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오라버니는 어디 사돈어른을 뫼실만한 자리가 있느냐고 난처해 하자 기왕에 복이 없어 이승에서도 가난하게 사신 분인데 저승에서 무슨 호강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겠느냐면서 몇 해 전 아버님을 모시려다 물이나서 못 모신 자리라도 좋으니 달라고 졸랐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물이 비치는 곳에 어떻게 모신단 말이냐?"
"당신 복이 그 뿐이신걸 어쩌겠습니까?"
오라버니는 가난한 집에 와 고생하는 누이동생이 가엾고 측은해서 정 모실 곳이 없으면 매제와 상의해서 그렇게 하라고 승낙을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버니 묘자리를 가로챈 딸은 좋아라 하고 시체를 그곳으로 운구하여 광중을 짖는데 일하던 인부가 "물이 나온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상꾼이며 사람들이 응성거리며 아무리 자리가 없어도 물 속에 시체를 모실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친정에서 이 소문을 들은 딸은 "물이 나오기는 왜 물이 나와 그때는 내가 물을 부었으니까 나왔지"하며 얼떨결에 건마져 벗어 던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과연 묘자리에서는 물이 솟고 있었다. 그것을 본 딸은 발을 동동 굴렀다. 남편은 어이없이 아내를 바라보다 소리를 질렀다. "저년 때문에 두 집이 다 못 쓰게 되었구나" 그리하여 그 명당에는 누구도 묘를 못 쓰게 되었고 남매간에도 의가 끊어졌다고 한다.

(산외면 오대리, 송병조 남 78세)
2001-08-11 12:41:53
211.172.145.5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