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운(官運)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8:39  |   icon 조회: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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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충청도에 김생이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해마가 과거를 보아도 낙방이 되므로 나중엔 달리 벼슬자리를 찾아 보려고 같은 충청도 출신으로 이조판서를 하고 있던 송모를 찾아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게 되었다. 그러나 십년을 하루같이 드나들며 있던 전답 다 팔아 바쳐도 노상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더니 나중에는 판서가 중병으로 눕게 되었다. 그래도 들인 밑천이 아까워 날마다 문병을 핑계 삼아 판서의 병실을 드나들게 되었다.

그런데 차츰 병이 낫기는 고사혹 점점 심해져 이제는 아무래도 저세상 귀신이 되고 말 것 같으므로 화가 머리 끝가지 난 김생은 아무도 없는 틈에 "이놈아 이왕 내게 벼슬 한자리 안시켜 주고 떠날 바에야 내 손에 죽어봐라" 하며 죽먹으로 판서의 복창을 사정 없이 냅다 쥐어 질렀다.

그 바람에 판서는 말도 못하고 입에 개거품을 품으로 죽어가게 되었는데 역시 벼슬을 하고 있던 판서의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 가시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달려와 보니 저놈이 날 이렇게 쳤다는 뜻으로 자꾸만 손가락으로 김생을 가르켰다. 그런자 김생은 능청스겝게 "대감께서 저에게 벼슬 한자리 못마련해 주시고 가신다고 아까부터 자꾸만 저러십니다." 판서가 죽고 난 뒤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 김생에게 벼슬 한자리를 얻어 주었다.

김생은 부임하는 날 혼잣소리로 "허허참! 세상에 사람 죽이고 벼슬얻어 하는 운수도 있네. 이것도 관운인 모양이지" 하더라다.

(보은읍 죽전리, 김웅기 남 64세)
2001-08-11 12: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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