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당나귀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7:36  |   icon 조회: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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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반편이가 하루는 볼 일이 있어 당나귀를 끌고 읍내로 가게 되었다. 그러자 두 사기꾼이 이를 보고
"저 녀석의 당나귀를 훔치자.'
"어떤게 훔치나?"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게!"

그 사기꾼은 당나귀 옆으로 다가가 고삐를 늦추고 당나귀를 풀어 낸 다음 다른 사기꾼에게 넘겨 주었어다. 그리고는 고비를 자기 목에 걸고 반편의 뒤를 따라 가다가 친구가 당나귀를 몰아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된 다읍 우뚝 멈춰섰다. 반편이는 고삐를 힘껏 당겼으나 나귀가 곰짝도 않는지라 뒤돌아 보니 당나귀는 간데 없고 웬 젊은 놈이 목을 묶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대관절 젊은이는 누구요?"
"임자의 당나귀요."
"뭐요? 내 당나귀라구?"
"그렇소. 내 얘기를 들어 보시오. 나는 워낙 술을 좋아하여 날마다 술을 취하여 집에 돌아가니 하루는 어머니가 나를 매우 꾸짖는지라 술김에 몽둥이로 어머니를 후려쳤소. 그런 죄를 지었으니 하늘인들 가만 있겠오. 그 당장 당나귀가 되어 오늘까지 당신의 당나귀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 하늘을 대고 빌었더니 다시 사람으로 변한 것이오."

반편이는 이 말을 듣고 젊은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고삐를 풀어 주며
"다시는 어머니께 불표하지 말고 술을 마시지도 말게!" 하였다.
그날 저녁 반편이가 집에 돌아오니 당나귀가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긴 아내가 물으니 자초지종을 얘기하는지라 부인은 기가 막혔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장날이 돌아오자 아내는 돈을 쥐어 당나귀를 다시 사오라는 것이다. 반편이는 마누라가 시키는대로 당나귀저자에 나가보니 아 글쎄. 자기가 키우던 당나귀가 거기 있지 않은가. 그래서 반편이는 당나귀 옆으로 다가가서 귀에다 입을 대고
"이 망나니 같은 녀석, 내가 그렇게 타일렀는데도 또 술을 쳐먹고 어밀 때렸구나. 너 같은 불효막심한 놈은 안산다 안사!"

(보은읍 교사리, 차윤식 남 45세)
2001-08-11 12: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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