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리 의원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7:03  |   icon 조회: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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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팽이가 일은 하기싫고 어디 놓고 먹을데가 없나 하여 종일 돌아다녀 보았으나 누구하나 밥한술 떠보라는 사람 없는데 해가 질 무렵 어느 마을 앞을 지나다 보니 돈꾀나 있음직한 젊은 꼽추 하나가 보였다. 옳다 저것이 밥거리가 되겠군 싶어서 혼잣말로
"허! 그거 아까운 사람 버려놨네. 약 몇첩이면 당장 성한 사람이 될 것을!" 하고 혼자혀를 차는 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선생님 그 말씀이 정말이십니까? 돈이라면 있을만큼 있으니 제발 약을 써서 저를 고쳐 주십시오.'
"비싼 밥먹고 누가 헛소리 하겠오. 약을 쓰기 전에 우선 몸부터 보호해야 할꺼요."
"그야 어렵지 않죠."
꼽추는 손을 자기 집에 모셔다 놓고 소를 잡고 닭을 잡아 몸을 보하는 덕분에 이 놈팽이도 한 열흘 주리던 창자를 싫도록 채웠다.

"아직도 몸을 더 보해야 합니까?"
"이제 그만 써보세. 하인을 시켜 떡판하고 떡메를 가져오라 하시오."

떡판을 가져다 놓으니
"이 떡에 누우시오."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어쩌긴 떼메로 치지 "
"그러면 안 죽습니까? 이래가지고 더러 고쳐 보셨습니까?"
"한 여남은명 고쳐봤지."
"다 나았나요?"
"그중 아홉명은 죽었지."
"한명은 살고요?"
"그 놈도 오래 살지 못하고 결국 죽었지"

꼽추가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발발 떨면서
"그 그럼. 나는 어떻게 될까요?"
"글세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죽지 않으며 살겠지."
이 말을 들은 꼽추는 큰 소리로
"야, 이 돌파리 의원놈아! 누굴 죽이려고 그래" 하고 욕을 했다.

(탄부면 매화리, 박종수 남 45세)
2001-08-11 12: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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