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리는 군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5:51  |   icon 조회: 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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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하기가 자린고비 같은 주지스님이 아랫마을 과부와 좋아 지내며, 과부가 해오는 엿과 떡을 다락에 감추어 놓고 다른 사람 몰래 혼자 먹는지라 상노놈이 밸이 꼴려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날 주지가 과부댁에 내려간 틈에 모조리 꺼내어 중들과 나누어 먹어 버렸다. 먹을땐 좋았지만 먹고나니 걱정이 태산이다. 상노놈이 자기가 책임을 질터이니 걱정말라고 장담을 했다.

그날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야 돌아온 주지는 배가 출출한지 다락에 감추어 둔 떡을 꺼내 먹으려고 다락문을 여니 엿과 떡은 간 곳 없고 빈그릇만 남아 있어 화가난 주지가 중들을 불러 물으니 상노놈이 먹었다는 것이다. 곧 상노를 법당으로 불러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줄 양으로 물었다. "다락에서 떡을 꺼내 먹은 놈이 누구냐?" 그러나 상노놈을 못 들은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네 이놈 부처님이 무섭지도 않느냐? 다락에서 떡을 훔쳐먹은 놈이 누구냐고 묻질 않느냐, 안들리느냐?" "안들리는데요", "이런 뻔뻔스런놈, 어디 자리를 바꿔 보자. 정말 안들리는가?" 자리를 바꾼 상노놈이 주지 스님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아랫마을 과부댁과 자고 온 놈이 누구냐?" 하자 스님은 대답을 못한다. "네, 이놈 부처님이 무섭지도 않으냐? 아랫마을 과부댁과 자고 온 놈이 누구냐고 묻질 않느냐?" 그러자 스님은 "허! 과연 이쪽으로 오니 안들리는군" 하며 낮을 붉혔다.

(보은읍 성주리, 김수백 남 45세)
2001-08-11 12: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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