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오줌 먹은 감사(監司)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4:40  |   icon 조회: 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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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하고 놀기 좋아하는 한 선비가 있었는데 명상대천을 찾아 다니며 시도짓도 산수도 즐겼다.
어느날 금강산 구경을 하려고 어느 절에 찾아 갔었는데 무슨 일인지 절간이 발칵 뒤집혀 자기들끼리 수근 거리며 야단들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선비가 종자를 시켜 이유를 알아본 즉 오늘밤 평양감사가 신선구경을 하러 오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선비는 웃음을 띄면서 종자에게 말 오줌 한 병을 구해 놓으라고 일렀다.

저녁이 되자 과연 평양감사의 행열이 도착했다. 수많은 기녀와 산해진미를 싣고 온 감사는 넓은 바위를 골라 자리를 잡고 밝은 달을 바라보며 취홈이 도도해 있을 때 어디선가 가냘픈 피리소리가 들여왔다. "이 피리소리는 어디서 누가 부는 것인고?" 쩔쩔대며 시중을 들던 중 하나가 언 듯 한다는 말이
"아마요 신선대에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와 저렇게 옥피를 부는 것 같사옵니다." 이 말을 들은 감사는 "너희같은 속객들이 어찌 신선들을 대할까 보냐. 내 짐짓 신선을 만나보고 올 터인즉 여기들 있거라." 하고는 혼자서 피리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올라갔다.

그곳에는 과연 청의동자가 앞에서 춤을 추고 신선이 앉아 피리를 불고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감사가 올라온 것을 알아차린 시선으로 가장한 선비가 "게 오는 자는 평양감사가 아니냐?" "예! 그러하옵니다." "내 그대가 올 것을 미리 알았노라. 주저말고 가까이 오너라." 이래서 감사는 가짜 신선앞에 무릎을 꿀고 앉아 있었다.

가짜 신선은 동자에게 말오줌이 들은 술병을 가져오게 하여 술잔에 한잔 그득 부어 은근히 권하며
"이 술을 먹으면 장생불사하고 백발이 검게 변하느니라. 네 정성이 지극하여 한잔 주는 것이니 사양말고 들라." 감사는 신선이 손수 따라주는 장생불사의 술잔을 황감하게 공손히 받아 마시셨다. 말 오줌인 줄도 모르고….

(수한면 후평리, 김병기 43세 남)
2001-08-11 12: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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