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3:20  |   icon 조회: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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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해는 지고 목은 마르고 막걸리나 한잔 사서 먹을까 하여 마을 길로 들어소는데 마침 마을 쪽에서 관쓴 선비 하나가 소를 타고 오는지라 길을 막아서며 "여보시오. 이 동리에 주가(酒家)가 어디있오?" 하고 물었다. 이는 술집이 어디 있느냐? 고 물어야 할 것이나 상대가 글읽는 선비같아 보이기에 좀더 유식한 체 문자를 쓰면 친절히 가르쳐 줄 것 같아 그리 물었던 것이다.

"이 동네에는 주가 성가진 사람은 없소. 피가나 소가라면 많이 살지만"
"아니 성씨의 주가가 아니라 술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은 거요"
"술집 같으면 당신 코 밑에 있지않소?"
술 들어가는 입이니 술의 집이 아니냐는 말투였다.

듣고 보니 놀림을 당하고 있어 슬그머니 화가 난 나그네는 되려 이쪽에서 놀려 줄 심산으로
"당신 쓴 것은 뭐요?"
"뭐! 쓴 것? 쓴 것은 쓴바귀지요."
"아니 쓰고 달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대가리에 쓴 것 말이요."
"대가리에 쓴 것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대가리에 쓴 것 말이요."

갈수록 빗나가기만 하므로 화가 난 나그네가
"에이! 그 양반 말 못할 양반이군 그래!"
"허어! 그 사람 참 마을 못 타기에 소를 탔지. 뻔히 보면서 그런 소릴해" 하고 대꾸했다

(보은읍 강신리, 이미애 여 39세)
2001-08-11 1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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