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새사돈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2:46  |   icon 조회: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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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탕한 건달이 있었는데 제 집은 조석반죽을 못 끓일만큼 가난해도 돈벌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건달들과 어울려 술 추렴만 하고 돌아다녔다. 건달에게 자식이라고는 무남독녀 하나가 있었는데 어느덧 나이가 차서 시집을 보내게 되었다. 워낙 집이 가난한테다 술망나니라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았으나 다행이도 딸만은 인물이 잘나고 고왔으므로 넉ㄴ거한 집안에서 싸데려 가겠다고 나섰다.

혼인 전날까지 술만 퍼마시고 돌아온 건달은 후행갈 일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가기는 가야겠는데 입고갈 옷이 만만치 않구려. 노닥노닥 긴 저고리는 두루마기 속에서 내다보이지 않으니 무관한, 때가 꼬질꼬질한 바지가랭이가 두루마기 아래로 내다 보이닌 이 노릇을 어찌한다?" 한숨을 푹푹 내쉬던 아내가 고개를 들며 "내 고쟁이를 입으시면 어떻겠수? 두루마기 속이나 고쟁이를 입고 대님을 매년 불편하긴 하지만 남보기에는 괜찮을 것 아녜요?"

건달은 아내의 고쟁이를 입고 대님을 쳤다. 그리고는 가마를 따라 팽팽히 잡아 당기는 아내의 고쟁이가 뜯어질세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사돈집에 당도했다. 대례가 끝나고 폐백이 끝나자 뒤따라 상다리가 휘어지게 떡 벌어진 술상이 나왔다. 새사돈이 권하는 바람에 아내가 신신 당부하던 말도 잊어버리고 넝큼넝큼 받아 마셨다. 대취한 건달은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정신없이 골아 떨어진 건달은 잠결에 바지를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잠을 자다. 얼마쯤지나 어렴풋이 잠이 깬 건달은 심한 갈증을 느꼈다.

더듬더듬 방문을 더듬어 열고 부엌으로 나가 물을 퍼마시고도 술이 덜 깨어 자신이 바지를 벗었다는 사실을 깜깜히 모르고 방을 찾아 간다는 것이 잘못하여 안사돈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엎어질 듯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 방에는 안사돈과 잔치에 참석한 친척들 그리고 동네 아낙네들이 자고 있었는데 큰 일을 치루느라 고단해서 인지 건달이 나고 드는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한 여인이 일어나 아랫목을 보더니
"에고 망칙해라 저게 누구야?"하고 소리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건달이 잠결에 남이 덥고 자는 홑이불을 끌어다 상반신과 얼굴을 덮고는 벌거벗은 궁둥짝을 온통 까놓은 채 엎드려 자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킬킬거리며 누구냐고 웃고 있는데 안사돈이
"초저녁에 있던 오쟁 할머니가 없는걸 보니 바로 오쟁할머닌가 보우"

수군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건달은 큰 낭패를 당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딸의 후행으로 따라와 술에 잔득 취한 것은 생각이 나나 어떻게 해사 벌거벗은 채 여자들이 자는 방에 와 누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결에 더워서 벗은 게지. 개면 부끄러워 할텐니 가만히 덮어 드리고 살며시 나가도록 합시다." 신랑 어머니 점잖고 도량있는 말에 부인네들은 홑이불로 건달을 덮어 주고 문소리가 나지 않게 밖으로 나갔다.

(내북면 봉평리, 김진동 남 55세)
2001-08-11 12: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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