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순 세사람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2:06  |   icon 조회: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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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 세 사람이 모여 제각기 자기고장 자랑을 하며 풍을 치는데, "우리 함경도에는 백두산이 들어가서 목욕을 할만한 큰 물통이 있다네, 아마 세상에서 그보다 더 큰 물통이 없을걸." "여보게 그걸 가지고 뭘 그러나, 우리 평안도에는 백두산 같은 산을 꼬챙이에 셋식 넷씩 묶어서 산적을 굽는 큰 화로가 있다네.' "자네 고장에 있는 것도 꾀 크네만. 우리 충청도에는 백두산 같은 큰 산 열 개가 삥둘러 사도 못다하는 굵은 대나무가 있는데 높기는 하늘을 뚫어 한번도 끝을 본 사람이 없다네. 어떤가 나하고 같이 가서 구경하지 않으려나?"

"그것참 볼만 하겠네. 만사 제쳐 놓고 그 대나무 구경이나 해야겠네." "나도 바쁜일이 별로 없으니 함께 가겠네. 우리 같이 가세" 하고 두 사람이 모두 따라 나서니 속으로 이거 큰일 났구나 싶었으나 이제와서 허풍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충청도로 내려왔다. 내려오긴 하였으나 어떻게 할 재주가 없어 두 사람을 객주에 묵게 하고는 평소 존경하는 스님을 찾아가 솔직히 털어 놓고 좋은 꾀를 내 달라고 애걸복걸 하였다.

스님은 그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 이 사람아 무슨 허풍을 그렇게 떨었나? 이번은 처음이니까 내 잘 대답해 보낼터이니 다음부터는 절대 그런 허풍떨지 말게."
허풍쟁이는 살았다고 좋아하며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러자 스님은 천연덕스럽게
"먼 길에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헛거름 하셨습니다. 하루만 일찍 오셨으면 대나무 구경을 하셨을 텐데, 바로 어제 팔라는 사람이 있어 팔아 버렸습니다."
"어허! 그리 큰 나무를 누가 뭣한다고 사갔습니까?"
"처음엔 나도 이상히 생각하여 물어보니 함경도에 백두산이 목욕할 만한 물통이 있는데 그 통의 테를 다시 멘다고 하며 사가지고 갑디다."
"그럼, 이왕 온김에 그 대나무 가지라도 좀 구경했으면 합니다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와서 평안도에 백두산을 셋씩 넷씩 꾀어 산적 굽듯하는 큰 화로가 있는데 산적 꾀는 꼬챙이로 쓴다고 그럽디다." 하니 두 사람은 좋은 구경을 하지 못하여 서운하다며 산을 내려갔다.

(보은읍 교사리, 김웅 남 82세)
2001-08-11 12: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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