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의원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1:24  |   icon 조회: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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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저승 염라국에 기생과 도둑과 의원이 붙잡혀 와서 문초를 받게 되었다. 먼저 기생에게 염라대왕이 "넌 세상이 있을 적 뭘하고 지냈느냐?" "예, 쉰네는 분단장 곱게하고 부잣집 자제들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음, 해롭지 않도다. 젊은 사람을 위해서 그처럼 좋은 일을 했으니 마땅히 세상에 다시 돌아가 더 살다 오너라."

다음에 도둑놈에게 묻는다. "너는 뭘하고 살았는고?" "소인은 밤이슬 맞아가면 부잣집에서 쓰다 남은 물건을 훔쳐가 쓰다 남으면 가난한 집에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오라, 그것도 해로운 일이 아니로다. 서로 공평하게 사는 길을 열었으니 너도 다시 나가서 실컷 살다 오너라."

마직막으로 의원에게 "그대는 풍체도 그럴 듯 하구나. 대관절 세상에선 뭘하고 살았나?" "네, 소인은 말똥, 소오줌, 나무껍질 나부랭이를 주워 모아 두었다가 마을에 병난 사람이 있으면 즉각 약을 써서 살려 주었습니다." "네 이놈들! 저놈을 당장 잡아 묶어 지옥의 기름가마에 쳐 넣어라. 내가 병든 인간들에게 사령장을 내어 불러도 번번히 거역하고 나타나지 않기에 모슨 연유인가 했더니 바로 네 놈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구나?"

염라대왕은 얼굴에 노기가 등등하여 호통을 쳤다. 의원은 꽁꽁 묶여 지옥길로 끌려가며 같이 왔던 사람들에게 당부하기를, "여보게 내 지에 가거든 아내더러 기생이 되라하고 자식들에게는 도둑놈이 돼서 제발 나같은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게" 하며 끌려갔다.

(보은읍 죽전리, 김응기 남 64세)
2001-08-11 1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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