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소실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11 12:20:49  |   icon 조회: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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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목사 한 사람이 이방의 소실이 절색이란 소문을 듣고 이방을 불러,
"내가 묻는 세가지 말에 대답을 하면 상으로 돈 천냥을 주고 대답을 못하면 네 소실을 내게 줘야 한다." 하니 하는 수 없이 약조를 하였다.
"너의 집 사랑앞에 있는 배나무 가지에 참새가 않으면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않겠느냐?, 서겠느냐?"
이방은 억울했지만 대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약속대로 소실을 데려다 줄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목사가 데려온 소실을 보니 과연 절색이다.
"오~ 과연 미인이로다. 이리 올라 오너라."
"올라가는 거야 바쁠 것이 없아오나 대관절 쇤네의 지아비가 무슨 잘못을 해서 지경이 됐습니까?"
"오냐. 너도 내가 묻는 것을 대답해 보겠느냐?"
"만약 제가 답을 하면 제 갈곳을 마음대로 정하여도 되겠습니까?"
"좋다. 너의 집 배나무에 가지마다 새가 앉으면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느냐?"
"이천 삼백 구십 한 마리가 되겠습니다."
"어찌 그리 자세히 알 수 있느냐?"
"지난해 가지마다 배가 빽빽하게 열렸는데 모두 따서 세어보니 이천삼백 구십 한 개입데다. 새가 앉더라도 그 이상은 앉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보름달이 하루에 몇리나 가겠느냐?"
"구십리를 갑니다."
"달이 겨우 구십리 밖에 못간단 말이냐?"
"금년 정월 보름날 쇤네의 친청 부친의 부고를 받고 꼭 달이 뜰 때 걸어서 친정까지 가니 달이 똑 떨어집디다. 소인과 달이 하룻밤 동행을 했는데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음! 그러면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지금 않겠느냐? 서겠느냐?"
"그럼 나리께선 제가 지금 울겠습니까? 웃겠습니까?"
목사는 소실의 지혜에 감탄하여 칭찬하고 상금으로 천냥을 내놓으니, 소실이 이방에게로 갔는지 부사에게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은읍 삼산리, 이상용 남 45세)
2001-08-11 1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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