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터거리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07 16:15:19  |   icon 조회: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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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내북면 봉황리 동남쪽 산 27-1번지 임야 7부능선 계곡에 "절터거리"라는 곳이 있는데 지금도 깨짐 기왓장이 발견되기도 하고 우물과 집터자리가 뚜렷이 보인다. 그리고 그 절터거리 150m아래 지점에 "장수발자욱"이라 불리우는 화강암 바위에 마치 비온 후에 진흙땅을 사람이 밟았을 때처럼 커다란 발자욱이 있다.

옛날 이곳에 절이 있었고 그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전성기 때는 많은 승려과 신도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때 주지승이 참선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었다. 처음엔 그저 생각뿐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미치게 먹고 싶었다. 아무리 참을래야 참을 수 없던 주지승은 절을 빠져나와 인가가 있는 마을로 내려왔다.

달밤이었다. 주지는 아무도 눈치채지 않도록 어느 한 집에 들어가서 닭장에서 닭을 한 마리 훔쳐 가지고 절에 돌아와 잡아 먹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법당에 들어와 혼자 만족한 듯이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중이 고기맛을 보면 빈대를 남기지 않는다는데 참으로 고기는 맛이 좋구나" 주지는 다시 부처앞에 꿇어 앉아 참선을 다시 시작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는지 주지는 등이 가려워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깜짝 놀랐다. 법당안에 언제 들어왔는지 빈대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주지의 장삼에도 온통 빈대 천지였다. 빈대는 법당뿐만 아니라 절안 모든 건물로 심지어는 마당에까지 우글거려 도저히 사람이 견딜 수가 없었다. 주지승은 물론 다른 승려들도 모두 절을 떠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신도들도 빈대 때문에 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지승 한 사람의 파계는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사람이 모르게 비밀스럽게 저지른 일이지만 하늘과 땅 그리고 부처님은 알고 죄에 대하여 벌을 준다는 본부기인 것이다. 그것은 주지가 빈대에게 곤욕을 치를 때였다. 갑자기 법당문이 스스로 열리고 키가 장대같이 큰 무시무시한 신장이 나타나서 법당에 조용히 앉아 있는 부처를 업고 사라진 것이다.

지금 이 절 아래 장수 발자욱은 그 신장의 발자욱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번창하던 절은 폐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폐사에 얽힌 전설은 이 절 말고도 외속리면 장재리의 빈대 절터, 그리고 회북면 용곡리의 빈대절 등 군내 여러 곳에 얽혀 있다.
2001-08-07 16: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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