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굴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07 16:05:48  |   icon 조회: 1058
첨부파일 : -
보은군 회북면 쌍암리 2구 마을 뒷산에 "장수굴"이라 부르는 굴이 있다. 조선 선조 때의 이야기다. 이 굴에 장수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큰 고목나무를 한 손으로 뿌리째 뽑았으며 한번에 큰 돼지 한 마리와 술 세동이나 먹었으나 그렇다고 특출 한 무예는 없었다. 매일 열자(약 3m)나 되는 긴 창을 들고 다녔으나 사냥조차 제대로 못하였으며 얼마나 게으른지 한번 잠이 들면 석달 열흘간(100일)이나 쿨쿨 잠만 잤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졸지장의 명색만 장수"라고 비웃었으며 흑심한 사람은 "미치광이 장수라고 놀려 주었지만 그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마침내 왜놈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 이곳 마을가지 당도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허겁지겁 왜병을 피하여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때까지 굴안에서 잠을 자던 장수가 창을 들고 나타났다. 장수는 한 손에 긴 창을 들고 왜병을 상대하여 싸우기 시작했는데 빠르기가 바람 같았다. 한 손으로 왜병 두명을 한꺼번에 번쩍 들어 집어 던지는가 하면 한 창에 적병을 십명씩이나 곶감끼듯 찔러 버렸다. 왜적은 감히 당하지 못하고 뿔뿔이 도망갔다.

장수는 그제서야 다시 술과 고기를 청하여 배불리 먹고 "나는 이제 속리산 문장대로 간다"하면서 굴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 세월이 1년이 지나도록 장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궁금하여 굴속으로 들어가 장수를 찾았으나 워낙 굴이 깊어 찾을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굴 속에 불을 때면 연기를 못 참고 장수가 굴밖으로 나올 것이라 믿고 나무를 때기 시작했다.

아무리 며칠을 두고 불을 때었지만 연기가 문장대로 나올 뿐 장수는 영영 나오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이 굴을 "장수굴" 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지금도 이곳에 계속하여 불을 때면 속리산 문장대에서 연기가 나온다고 믿게 되었다.
2001-08-07 16:05:48
211.172.145.5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