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옛날이다. 이 산에는 금송아지와 금비둘기가 살고 있었다. 금송아지는 금비둘기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하여 산기슭에 밭을 일구어 금비둘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곡식을 갖추어 심었고 양지바른 곳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바위아래 옹달샘을 파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후 금비둘기에게 청혼하여 둘은 결혼하여 내외가 되었다.
금송아지와 금비둘기는 누구나 부러워 하는 금슬좋은 한쌍의 부불로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불행하게도 금송아지는 밭을 갈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두 눈이 멀고 말았다. 그후 금비둘기는 눈먼 남편을 열심히 봉양하였으나 금비둘기의 벌이로서는 도저히 금송아지를 충족히 먹일 수 없었다. 그렇게 몇해가 지나자 아내인 금비둘기는 차차 남편섬기기가 고통스럽게 느껴 자연히 짜증을 냈고 둘은 자주 다투게 되었다.
어느 날 하루종일 남편을 위해 식량을 물어나르던 금비둘기는 마침내 "나도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어요. 당신을 위한 희생도 하루 이틀이지 허구헌날 날개쭉지가 빠지도록 양식을 물어 날라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니 이젠 정말 지겨워 못살겠어요. 난 나대로 갈것이니 당신은 당신대로 살 길을 찾아 보도록 하세요." 하고는 금송아지가 울면서 붙잡았지만 매정스럽게 뿌리치고 어디론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불쌍한 금송아지는 그 후 산기슭을 헤매며 아내를 부르다가 지친 나머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금송아지가 죽은 산을 금적산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금송아지가 죽을 때 머리는 북쪽으로 두고 꼬리는 남쪽으로 향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꼬리쪽인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에는 사금이 많이 나고 머리가 있는 북쪽인 보은군 삼승면 선곡리에는 부자가 많이 난다고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