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산성의 애달픈 사연
icon 보은신문
icon 2001-08-07 15:16:04  |   icon 조회: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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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 어암리 산 1번지에 있는 삼년산성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 산 속에는 장사로 이름난 남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장사 남매는 모두 몸이 건강하고 억세기로 말하면 태산을 들고 천근 바위를 움직이는 힘을 자랑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 있는 것은 두 남매 중에 누가 더 힘이 센지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오빠가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면 누이는 바위를 손으로 쳐서 산산조각을 내고 말아 과연 누가 힘이 더 세고 누가 덜 센지 알 수가 없었다. 날이면 날마다 두 남매는 서로 힘자랑을 하였지만 승부를 가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두 남매의 힘자랑을 보다 못해 어머니는 과연 누가 더 힘이 세고 지혜가 나은지 시험을 해보고 싶어 두 남매를 불러 앉히고, "너희 남매는 천하장사다. 매일같이 힘자랑을 하다간 끝이  없고 한이 없겠다. 그러니 단번에 끝장이 나는 것을 해 보아라. 오빠인 너는 굽높은 나막신을 신고 송아지를 몰고 서울을 다녀오너라. 그리고 너는 오빠가 서울을 다녀올 동안 돌을 날라 이 산 능선을 따라 성을 쌓아 보아라. 시합은 아침 해뜰 때 시작해서 서산에 낙양이 지는 사이에 끝나야 한다. 시합에서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몰을 잘라 버리도록 하여라."

시합의 결과가 너무 잔인하지만 이런 시함을 시키면 두 남매가 앞으로는 힘자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두 남매는 함성을 지르며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오빠 목은 내가 맡았구려"
"웃기지 마. 내일 해뜰 때 겨루어 보자구"
이리하여 다음날 아침 동쪽에 해가 솟자 두 사람은 마지막 결판을 짓는 시합에 들어갔다. 오빠는 나막신을 신고 송아지를 몰면서 길을 떠났고 누이는 돌을 날라다가 성을 쌓기 시작했다. 홀어머니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하니 목숨을 걸고 시랍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시합 결과에 따라서 아들이건 딸이건 하는 죽어야만 한다. 왜 이런 시합을 시켰는가? 하고 후회도 했지만 이젠 별 수 없이 결과를 볼 수밖에 없었다.

뜨겁던 햇볕이 시들고 서산마루에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딸은 성을 다 쌓아 올렸다. 이제 나무로 문짝만 달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들은 어디쯤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초초해졌다.
"아들이……, 아들이 와야 할텐데"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진 어머니는 무서운 계략을 생각했다. 그것은 어머니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시합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서 어느 한 쪽의 목숨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을 살려야 한다. 이것이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딸이 문짝을 만들지 못하도록 지연시킬 계략을 꾸며냈다.

"얘야 성을 다 쌓았구나"
"그럼요, 문짝만 달면 내가 오빠를 이기는 거야요."
"그럼 네 오래비가 졌구나"
"그럼요 내가 오빠를 이기는 것이지요"
어머니는 이 말에 그만 소름이 끼쳤다.
"얘야, 시장하겠구나. 내가 팥죽을 맛있게 끓여 놓았으니 먹고 하거라."
"아녀요, 문짝을 달고 먹겠습니다."
"먹고 해도 네가 이긴 거나 다름없다. 내 오라범은 필시 어디서 쉬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을 거야. 그
동안에 팥죽을 먹고 문짝을 달거라."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그만 거절하지 못하고 딸은 어머니를 따라 집에 들어가 팥죽을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먹이는 음식이 될지도 모르는 팥죽을 정성껏 만들었다. 참으로 맛있는 팥죽이었. 록 펄펄 끓는 채 퍼주신 팥죽이었지만 맛있는 팥죽이라 딸은 식혀 가면서 맛있게 먹었다. 이제 팥죽은 불과 몇 술만 남았다. 그때 오빠가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동생이 쌓은 성을 둘러 보았다.

"야, 내가 이겼다. 봐라 이 성은 문이 없다. 문을 만들지 못했구나"
이 사태에 난처해진 것은 어머니였다. 딸이 능히 아들을 이기고도 남음이 있었는데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뜨거운 팥죽을 먹였기 때문에 조만간 죽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얘야, 아무리 언약이 중하기로서니 하나밖에 없는 누이동생을 죽일 수야 있단 말이냐? 이 에미를 봐서 참아라 동생을 죽이려면 차라리 에미의 목을 끊어다오"하고 울며 애원했으나 아들은 냉담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장사인데 항시 누이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이용하여 누이동생을 죽이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장사가 되려는 것이다. 헛간에서 카다란 도끼를 들고 나오는 오빠를 보고 누이는

"오빠 동정을 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 약속대로 내 목을 자르세요, 그리고 부디 홀로 남은 어머니를 잘 봉양하세요" 하면서 늙은 어머니의 뒤를 보살펴 드리지 못하고 죽으니 억울하다고 울며 오빠가 내려치는 도끼날 아래 죽어갔다는 것이다. 축성에 얽힌 이와 같은 전설은 군내 회북면 부수리 에 있는 아미산성(峨嵋山城)에도 있다.  다만 오빠가 나막신을 신고 송아지를 몰고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천근이나 되는 바위를 짊어지고 오백 리를 갔다 왔다는 것이 다르고 어머니가 팥죽 아닌 찰밥을 해 주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2001-08-07 15: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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