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 들려 대문으로 달려갑니다.
우산을 챙겨들고 그리운 이의 마음을 마중합니다.
그대와의 만남이 오늘은 이뤄질까
저 빗속으로 차분차분 물소리 튕기면서 내게로 걸어올까
가슴이 공이 질을 합니다.
진초록의 망또를 걸치며 바람 타고
빗소리로 오는 사람을 성급하게 마중하며
우산을 펼치기도 전에 와락 안깁니다.
화사하게 꽃잎을 열고 있던 내 마음을
저 비가 사정없이 때리고 가는데 그리운 사람아,
그대의 우산에 들었으니
넓은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문보다
더 넓은 가슴의 당신에게,
아! 여름은 이렇게 차박차박 빗속을 걸어가는
발소리로 만나자 합니다.
그리움은 빗물을 먹고 싱그럽게 다시 살아납니다.
세상에 급한 일이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움의 길에서 마중하는 일보다
더 급하고 우선될 일이 무엇일까요?
빗물에 튀어 오르는 나뭇잎도
사랑의 몸짓으로 시소를 타며
까르르 까르르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합니다.
빗줄기를 걷어내며 당신의 가슴으로 안기면
내 그리움은 정신을 차리고 너무나도 참아왔던 보고픔이
이내 빗줄기 속으로 한 줄기 비가 되어 내립니다.
포옹한 가슴의 사이로 더 이상 클 수 없는
싱그런 바람이 뜨거운 열정을 식히고 달아납니다.
내 그리움이 내일도 계속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비는 내 가슴에 내리는 것처럼 당신 가슴에도 내리고
소생하는 여름이여, 생명의 소리들이
합창을 하는 비오는 날에 그리운 이의 마음속에 맴돌며
안겼다가 풀려났다가 참으로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열병을 앓고 있는데 빈 웃음으로는
차마 보내지 못하여 당신을 빗속에 세우지 않겠다고
옷자락을 잡습니다.
혼자 서 있으면 쓸쓸하게 내리는 빗속에
그리움의 골목길에서 당신과 하나의 우산을 쓰고
아직은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숨죽이며
당신의 입술에 내 입술을 얹는 일을 어찌 거부할까요?
마냥 그리워하는 일이 참으로 견딜 수 없어
비오는 아침에 당신을 마중하며 부질없는 꿈은 아니라고
꾸지 말아야 할 꿈속으로 걷는 것도 아닌 내 그리움이
빗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빗물을 튕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