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 죽음을 눈앞에 두고 유서를 씁니다 ////////////////////
icon 57
icon 2003-04-08 08:44:14  |   icon 조회: 1217
첨부파일 : -
유서 ... 죽음을 눈앞에 두고 유서를 씁니다 ////////////////////




유서

............................................................



나 가네라
굽이 많아 굽이잦은 이승살이,
태양처럼 태양처럼 화려하게 살다가
허물 많은 육신, 허물처럼 벗어놓고
훨훨 훨훨 나 떠나가네라.


이승의 산하를 누비며
하나의 송곳 끝에 수천 개의 우주를 조각하고
수천 개의 삼라만상에 하나의 바늘을 조각하려
무한히도 무한히도 노력해 온
한 이름없는 나그네는 이제 길 떠나네라.


더 아름다운 언어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노래하기 위하여
또다른 세상으로 훨훨 훨훨 나 떠나가네라.


저 먼먼 나라 거기에서도,
변함없이 변함없이 내 영혼의 눈에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출렁거릴 것이고,
변함없이 변함없이 내 혼백의 목청은 노고지리처럼 노골노골 지리지리 노골노골 지리지리......
더 맑고 더 우렁찬 목소리로
그 세상을 거룩히 거룩히 노래하리라.


나 가네라
서산에 떨어지는 저녁해처럼
저 붉게 붉은, 서녘노을 너머 너머 먼먼 나라로
가뭇없이 가뭇없이 나 길 떠나가네라.


길손이여, 나의 끝맺음 앞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명경알처럼 투명하게 투명하게 찬미하던
한 이름없는 나그네가
또다른 세상에서 또다른 아지랑이의 뿌리를 캐기 위해
감연히 길 떠났다고 기쁘게 기쁘게 노래해 다오.


저으기 푸르디 푸른 산천초목아
이 강산 낙화유수야
나는 가네라, 잘 있거라 !
길손이여, 길손이여, 후생에서 다시 만납시다, 다시 만납시다 !


....................................................................

계속...

....................................................................


[출처] - 좋은 것을 더욱 좋게 http://cafe.daum.net/kkssdd



.
2003-04-08 08:44:14
61.103.79.20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