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머뭇거리지 말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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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11-02 10:59:11  |   icon 조회: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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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머뭇거리지 말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
작성자 김세동
홈주소 http://ohnonews.net
이메일주소 ohnonews@com.ne.kr


[제 3 - 2 편]


더 머뭇거리지 말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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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은 빙그레 웃음짓고, 국회의사당으로 훠이훠이 날아갔다.
그 돔 지붕을 다시 거기에 엎어놓았다. 원위치를 시킨 것이었다.

무심코 사방을 둘러보니, 저만치 한강변에 김종필이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게 보였다. 김삿갓
은 얼른 그 곳으로 날아갔다.
[안녕하시오, 김종필 선생?]

김종필은 낚시질을 하느라, 도취된 듯 여념이 없었다.
헌데 우습게도, 낚시바늘을 한강물 속에 던져둔 게 아니라, 밤섬에다 던져두고 있는 것이었다.
[김종필 선생, 지금 무얼 하시는 게요?]

그제서야 김종필은 눈길을 돌리었다.
[어서 오시오, 김삿갓 선생.
엊그제 철새(이완구) 한 마리가 집을 나갔습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철새를 다시 한 마리 낚
기 위해서, 철새도래지 밤섬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허허, 신발을 한강물에 빠트려넣고, 낚싯줄 끝에 신발주머니를 미끼삼아 매달고서, 그 신발을 낚으려
는 것만큼이나 재미 있소이다.

그 철새의 이름이 '완구'라고 그러지요. 어린애들의 장남감을 달리 '완구'라고 말합니다.
큰손주녀석이, 갖고 놀던 장난감 하나를 길바닥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쓰린 마음을 추스러시지
요.

그리고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남진의 시대가 아니라 서태지의 시대입니다.
제아무리,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 남진의 노래를 불러도 갈 사람은 갑
니다.
갈려면 가고 말려면 말고, 니 맘대로 해------, 서태지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김 선생은 언젠가 말했지요. 저 서녘하늘을 벌겋게 한번 물들이겠다고, 그것이 마지막으로 애국하는
것이라고------.

일제시대 때, 강압에 못이겨 ((견자웅손))으로 창씨개명을 한, 이름없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는데, ((견자웅손 = 犬子熊孫 = 개자식이 된 단군자손)), 이렇게 창씨개명하
여, 음성적으로 조용히 저항했던 게지요.

꼭 윤봉길 의사님이나 유관순 열사님만이 애국자는 아닙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서, 음성적으로 조용히 이 나라가 잘 되기를 응원하는 그것도 서녘하늘을 벌겋
게 물들이는 것 이상으로 애국하는 것입니다.

송구합니다만, 3김시대는 갔습니다.
오랫동안 3김은 3금(3金)이었습니다. 동녘하늘의 저 태양만큼이나 값진 금싸라기빛이었습니다.
이제 3김은 3김(김 세 톳)일 뿐입니다.

바야흐로 김 선생의 연세 77세.
칠칠맞은 사람이 될 것인가, 칠칠찮은 사람이 될 것인가, 그것은 선생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내가 보건대, 자민련은 마당에 널어놓은 콩나무와 같습니다.
콩나무 줄기줄기에 콩깍지가 몇몇씩 맺혀 있고, 그 속에 콩이 들어 있는 게지요.
햇볕을 받으면, 수시로 그 콩깍지가 벌어져, 콩들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그 콩들이 대체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모르는 게지요.
현재의 자민련의 내막적인 형국이 그와 같다는 말이지요.

이리 튀고 저리 튀고------이리저리 튀어간 콩을 다시 주워다가 한데 모아, 선생께서 리더콩이 되기에
는, 더 이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종필 선생!

이제 내 시대는 끝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노라,
사랑하는 콩들이여,
제각기 튀고 싶은 데로 튀어가라, 이렇게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시면,
수많은 사람들이 김 선생의 뒷모습에 아름다운 박수소리, 찬란한 갈채소리를 던져줄 것입니다. 그것
이 바로 서녘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이라고 칭송하며.
더러는, 김 선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속눈썹 끝에는 아롱아롱 눈물방울이 아롱지겠지요. 눈
시울을 적셔 소맷귀를 끌어올리며, 마음 속으로 어느 분의 시를 외겠지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



----------다음에 계속----------------
2002-11-02 10: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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