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좀 더 알고 대처하자
이 달 홍(삼승 달산)재부 보은군민회 총무, 외국어학원장
2001-08-25 보은신문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희생된 유태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추모비에 헌화와 분향을 끝낸 브란트는, 갑자기 차가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독일 국민을 대신해 원혼들에게 사죄했다. 세계인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한 이장면은, 나치의 죄악에 대한 참회를 극적으로 표현한 국가원수로서는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브란트의 진정한 용기에 자국민은 물론 세계각국이 찬사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일본과 독일은 똑같이 2차대전 패전국이지만, 일본국 위정자들은 뉘우치기는 커녕,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망언이나 일삼는 일본의 부도덕성을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생각해본다.
야스쿠니 신사(靖國 神社)란 어떤 곳인가? 야스쿠니란 "평화로운 나라"라는 뜻이며, 신사란 일본의 토종신앙, 의례를 가리키며 유신도, 신교, 덕교, 대도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신도에는 특별한 교전이 없다.야스쿠니 신사는 동경의 중심가인 지요다구 구단에 있으며,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고,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처음에는 1868년 유신에 성공한 明治천황이, 다음해 도구가와(德川) 막부와의 전투에서 숨진 3,600여명을 추모하기 위하여, 왕궁 옆 99,000㎡의 부지에 신사를 만들어 동경초혼사라 부르다가 10년 뒤에 지금의 야스쿠니 신사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며, 일본 8만여 신사 가운데 대표적인 전쟁과 군신의 신사이다.
입구에는 일본 육군의 창설자인 오무라(大村)의 동상이 서 있고, 이 신사에는 1853년 개항이후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 여명을 신격화하여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제사는 매일하며 봄과 가을로 대규모 위령제를 연다. 일본건국일(2월 11일)등 기념일에는 수시로 각종행사를 벌이고, 종전기념일(8월 15일)에는 우익들의 순례지로 변한다. 합사자는 대부분 군인이지만, 태평양전쟁 중 동원된 간호사 학생 등도 있으며, 그 중에는 강제동원 되었다가 희생된 한국인 21,000여명과 대만인 27,000여명도 있다.
그 후 1959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등 A급 전범들의 위패를 받아들여, 1978년 14명이 합사를 완료했다.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항상 핫 이슈였다. 나카소네(中曾根) 전 총리는 1985년 8월 15일 공식참배를 감행했다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하시모토(橋本) 전 총리는 1996년 7월 자신의 생일에 참배했다가 역시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로 한번으로 끝났다.
고이즈미 준 이치로(小泉純一郞) 현 총리가 13일 참배를 강행한 것은, 고이즈미의 신사에 대한 집착과,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록된 것 같다. 태평양 전쟁말기 가미가제(神風) 특공대를 흠모하는 발언을 하는가하면, 전쟁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총리의 태도를, 일본의 우익진영은 좋아한다. 이들은 과거 군국주의에 앞장섰던 사람들이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중일전쟁 이후 전쟁으로 죽은 일본인은 공식적으로 310만여 명이지만,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희생된 아시아인은 2,000여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은 자연의 재해가 아니고,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엄청난 인재이다.
자국인들은 애도하면서 왜 이웃나라의 원혼들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는가? 일본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에도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 참배보다는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고 참회하여, 평화를 다지는 것이 훨씬 현명한 행동이라 본다. 그리고, 우리도 일본을 바로 보고 좀 더 알아야 한다. 1930년대에 항공모함과 비행기를 만들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직접 공격한 나라 일본은, 현재 경제적, 군사적, 기타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볼 때 강대국이라 아니 할 수 없으며 냉엄한 국제사회에서의 명예는 국력이 대등한 국가사이의 문제이고, 강대국에 약소국의 도전을 오만으로 생각하는 일본 집권층의 논리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겠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정부는 정부측면에서, 단체는 단체측면에서, 개인은 개인의 측면에서 현명한 대처방법을 모색하여 행동하고 실천에 옮겨 보기로 하자.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해방이후 50여 년 동안, 격분과 망각만 되풀이했다. 일본의 오도된 역사관을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일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며, 그 들을 능가할 국력의 증대와 마음가짐의 행동과 실천은 모두 일에 우선하는 기본일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