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 맞는 새로운 농민
지역정보시스탬 시설 서둘러야
1994-09-17 보은신문
즉 이러 이러한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농민은 도태되어야 한다. 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암시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일례로 콤바인이 등장한 뒤, 콤바인을 소유하지 못하거나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전에 지불하지 않던 콤바인 사용료를 치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능률이 떨어지는 낫을 계속해서 사용하던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정보이다. 정보는 자본과 노동을 제치고 제일의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농촌에서 부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보는 제일 중요한 거 중의 하나가 됐다. 보은도 변해야 한다.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정보를 많이 가져야 하고 또 그것을 이용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따라서 본보에서는 보은과 마찬가지로 군(郡)내에 관광(마이산 도립공원)과 농업이 연계되어 있고, 국내에서는 경북 성주군에 이어 두 번째로 지역 종합정보센터를 설립하여 정보시스템(마이텔) 개발은 끝낸 전북 진안을 찾아가 봤다.
이 기획기사가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이루어질 '새로운 농촌'을 독자들이 가늠해 보고, 그 변화를 수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진안군에 살고 있는 김씨는 담배를 비벼 끄고 책상에 놓여있는 개인용 컴퓨터를 켰다. 내일 할 일에 대해 알아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이텔로 접속된 마이텔로 들어가자 초기 메뉴가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다.
우선 농산물 출하 주문정보로 들어가서 내일 팔려고 하는 오이 가격을 알아봤다. 며칠째 가격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주문정보에는 오이를 30Kg 구입하겠다는 광주 체소장사가 나와있다. 단 조건은 무공해 이어야 한다는 것.
김씨는 판매가를 살펴보고 자신의 무공해 오이를 팔기로 결정을 내린다. 다음에는 게시판으로 들어가 사흘 후에 하우스에서 일할 사람 셋을 구한다는 등록을 해 놓았다. 아마 내일부터 연락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영농상담 메뉴에서 축산 임업을 세부명으로 들어간다. 기르고 있는 한 한 마리가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는 것을 점심때 봤는데 어떻게 치료 해야 할지를 몰라 상담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질문을 등록해 놓고 기다리자 전문가의 답변의 화면에 떠오른다. 김씨는 내일 소에게 주사할 약병을 보고 노트에 기록해 놓는다.
한편 같은 시간에 서울 목동에 살고 있는 이씨는 이번 주말에 여행갈 곳을 부인과 의논하고 있었다. 부인은 언젠가 그림엽서에서 본 마이산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갈 것을 남편에게 주장했다. 남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컴퓨터를 켜고 하이텔을 거쳐 마이텔로 들어가 본다. 관광 메뉴로 가자 관광 안내도, 지역도로망, 지역관광 명소, 지역 문화재 등이 나와 있다.
이씨는 가볼만한 곳을 마이산, 황금폭포, 국사봉으로 정하고 도로망을 살핀 다음 숙박업소와 가격을 알아보고 마이산 여관으로 결정을 한다. 올해 연말이면 마이텔에 가입한 진안 지역민들에게 가능한 이야기를 꾸며본 것이다.
진안 지역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도 마이텔에 가입하면 위와 같은 진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이텔 개발은 `992년부터 시작되었다. 1992년 5월 체신부의 지역 정보화 시범사업 추진에 따라 전북 지역 정보화 추진협의회는 진안 지역 농촌정보센터 설치 및 운영계획서를 제출하고 93년부터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사업비 3천3백여만원을 전북 체신청으로부터 지원받고 한국 전산원, 통신개발연구원, 한국정보문화센터의 기술협조로 전북대 부설 정보산업연구소에서 사업 수행을 맡았다. 진안 지역이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를 관계자들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농어촌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여 정보화마인드 및 정보활용능력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3년 12월에 그동안 개발한 프로그램을 마이산의 이름을 따서 마이텔(Maitel)로 명명하여 전북 체신청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94년 사단법인 진안군 지역정보센터(이사장 배진수)를 설립하여 7월 15일에 인가를 받았다.
배진수 이사장은 "올해 연말이면 진안 지역에서 모든 지역민들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정보화에서는 마이텔이 전부지역 정보시스템으로 발전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나 지역주민의 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농산물의 유통경로가 바뀌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더욱 촉진되고 진안 지역에 대한 홍보가 하이텔 가입자들에게 많이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마이텔은 개발되었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여기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지역민들의 컴퓨터에 대한 인식과 사용능력이 과연 프로그램을 사용할 정도가 되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인구 4만1천여명의 진안군에는 컴퓨터학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며 우체국에서 실시한 '농어촌 컴퓨터 교실'이 진안 사람들에게는 전무 후무한 컴퓨터 교육이었다고 한다.
둘째, 가입비와 이용료 등을 지불해가면서 농민들이 정보를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진안의 정보화는 마이텔로 인해 그 어느 지역보다도 가속화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전망이다.
마이텔은 물론 속리텔도 없지만 여기서 보은을 생각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충북지역은 청주에 사법단인 '청주지역 종합정보센터'(대표자 한현구)가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아 보은을 포함한 도내 각 지역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와 같은 수준이며 관연 보은에서 몇 가구나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하는 것은 쓸데없는 기우일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라면 보은은 컴퓨터 학원이라도 몇군데 있고, 우체국의 무료 컴퓨터 교실이 매우 호응이 높다는 것이다.
정보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는 개인과 지역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