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신문 연중 켐페인 이런 풍토 과감히 버리자⑪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자

1994-06-04     보은신문
우리내 한국사람의 정서는 정(情)으로 일관된다. 시쳇말로 "그놈의 정 때문에∼"는 말은 흔히들 사용하곤 하는데 안면이 있어 잘 돌보아 준다는 뜻일게다. 이는 계산적이거나 타산적이지 않고 정감과 여유 그리고 인정이 있다는 좋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정 때문에 공과 사를 혼동하는 일이 간혹 발생해 문제가 되곤한다.

아무래도 각종 민원을 들어오면 면식자들의 민원을 우선 처리하게 되고 기왕이면 유리하게 처리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처럼 공직에 있으면서 사적인 입장을 우선해 업무를 처리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는 엄청나다. 그만큼 공직자는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 선봉자라는 위치에 서서 공명정대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지난 3월말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잔 중에 군은 공무원의 복무자세를 확립하기 위한 지침을 각 읍·면에 시달한 바 있다. 출근 점심시간 준수, 근무시간 중 경조사 참석 등 사적용무 금지, 소속공무원의 비상연락체제 유지 등등의 지침시달문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아무 문제도 발생치 않게 하려는 공직내부의 자체지침으로 가일층 잘해 보자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꼭 특정기간을 정해 또 이렇게 지침으로까지 시달할 필요성이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먼저 앞선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지침들은 공직자로서 당연히 지켜야 될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 공직기강이나 공무원의 복무자세가 해이하지 않았는가 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공무원은 사람도 아니냐. 왜 공무원만 특정 부류로 규정, 매사 색안경을 끼고 보느냐는 반발적인 시각도 있을 듯 싶다. 하지만 공직자는 주민을 선도하고 솔선수범하는 위치에 있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매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정말 주민과 지역을 위해 성과 열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도 많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시냇물을 흐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일부 공직자의 물지각한 행위가 주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곤 한다. 지역이 좁다보니 누가 공무원인지 회사원인지 또 상인인지 정도는 웬만큼 알 수 있다.

그런데 특정 공직자가 근무지에서 이탈, 시내권을 활보하거나 분명 업무시간임에도 사적인 용무를 버젓이 보고 또 식당, 다방, 주류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공무원들이 눈에 띄어 주민들의 빈축거리가 되고 있고, 그래서 "공무원이 제일 편하다"는 얘깃거리까지도 나오게 한다. 물론 민원들과의 상담도 많겠지만 그것이 사적인 것인지 공적인 것인지 주민들의 눈이 더 밝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한 주민은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경우 출장 중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성토한다.

그만큼 공직자들을 바라보는 주민의 시각은 따갑지만 공직자가 주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솔선수범이 더욱 요구되는 바 다. 이처럼 공직기강이 해이한 때문인지 김덕영 도지사도 지난 2일 시장·군수회의에서 「일하는 공직풍토 조성을 위한 사기진작 대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시·군 자체계획을 수립토록 지시하고 특히 "군수도 지휘권을 확립 신상필벌의 공직풍토를 조성하고 일과시간 중 사적인 용무 자제, 무단이석 엄격통제 등 밀도 잇는 근무를 하라"고 지시해 공직기장 확립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기는 주민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교통의무경찰의 비아냥 섞인 성토다. "보은 사람은 이상하다, 주정차 위반이나 과속 차량을 단속하려고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면 경찰고위층 이름을 줄줄이 외어대거나 누구누구는 나랑 무엇이 되고 선후배고 대부분의 경찰을 다 알뿐만 아니라 나는 누구누구라고 한다"는 것.

그러니 봐달라는 얘기이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교통단속을 하기가 보은에서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주민들의 안전과 사고예방 지역의 거리질서 확립을 위해 실시하는 것인데도 보은인은 제외하고 외지인들한테만 교통단속을 하라는 얘기도 비춰진다.

또 "번연히 교통단속을 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단속경찰을 안다고 해서 보은의 모모한 인사라고 해서 과속으로 질주하며 손만 한번 들어 보이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 외지인들에게 오히려 부끄럽고 업무수행조차 제대로 못한다"고 말하는 한 교통경찰의 성토다.

사적으로 안다는 것으로 해서 공적인 업무를 적당히 봐달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단적인 일례지만 이처럼 주민들이 사적관계로 공적인 업무에 대해 이익을 구하거나 부당청탁 등의 사례가 빈발하면 그야말로 공직자는 설곳이 없고 우리지역에서 부정적인 문제가 확대될 것이다.

주민 스스로가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업무에 임하는 공직자들도 제대로 된 업무추진을 할 수 있고 변화와 개혁이 우리지역에서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