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의 길 (6)기타-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자녀교육 이유 보은군 떠나는 길을 막아야
2003-04-26 송진선
인구가 적으니까 시장경제는 위축될 대로 위축되었다. 문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문은 열고 있어도 한달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적은 업소도 수두룩하다. 주부들은 돈 1만원 쓰는 것도 여러번 생각한 끝에 겨우 지출을 할 정도다. 그렇다고 농업 소득이 높아서 농업인들이 고비용의 소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보은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계속 인구 감소가 되는 것을 그냥 손을 놓은 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는 주민들이 많다. 인구 감소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교육은 보은군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그동안 지역에서도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였고 교육 발전협의회를 조직해 면학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심은 시들해 지고 교육은 이제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되버렸다.
그동안 본사에서 보은군 신년 군정 설계에 대한 군수 대담 질문서에 보은군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묻는 질문 문항에 대해서는 질문서를 받은 담당 공무원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교육청이라는 이유로 항상 질문을 제외시켜 달라는 요구를 했다.
본사에서 군수에게 교육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독립 자치단체로서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자녀 교육을 이유로 이주가 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맘놓고 지역에서 자녀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군의 대책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것었다. 하지만 교육을 별개로 보는 군 공무원들의 시각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이 교육에 대한 투자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로 보은군의 장래를 희망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자녀교육을 이유로 타지 이주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인구 감소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자치단체마다 늘고 있다. 역시 상급학교 진학을 이유로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은군과 똑같은 형편의 자치단체들이다.
그동안 보은군은 사실상 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미흡했다. 학교 체육 지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투자도 민간인들에게 맡겨놓은 보은군과는 달리 타 지역은 군수가 주축이 돼서 장학사업 위원회 등을 구성해 인재 육성 기금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크게 대조된다.
타지역은 지역 고등학교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명문고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3학년 담임들에게 수당을 지급, 사기를 돋궈주고 있다. 보은군은 뒷짐을 진 채 방관하고 지역 주민들도 학교 탓으로만 돌리며 외지로 빠져나가는 사이 다른 지역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타 자치단체의 교육에 대한 투자현황을 소개한다.
▲ 목포시와 인접해 있는 전남 영암군은 올해 13억원의 예산을 따로 확보해 영암고와 영암 여고에 각각 5억원씩 지급한다고 한다.
영암군이 교육에 대한 투자로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은 다른 사업비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20억원짜리 다른 공사를 벌이는 것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결론이다. 영암군은 매년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인재 육성기금도 따로 적립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전남 해남군은 지역 중학생들이 해남고를 진학하는 것을 하나의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가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 막대한 지원이 뒷따른다. 교사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군은 97년 장학사업 기금 조성 및 운영조례를 만들어 매년 장학기금을 조성,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장학기금의 이자로 해남고를 졸업해 서울대, 연대, 고대, 국립대 단과대학 수석입학자에게는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3학년 담임에게 매월 10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 교사들의 사기를 높여 열심히 가르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해남고를 진학한 읍단위 중학교 3%이내, 면단위 중학교 1위학생에게 3년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해 우수 학생은 연간 700여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또 읍단위 중학교 7%이내, 면단위 중학교 5%이내의 학생들에게는 분기별로 20만원과 매달 10만원의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장학사업을 총괄하는 곳은 군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해남군 장학사업 위원회에서 맡고 있으며 군수가 직접 학부모들을 초청해 해남고 신입생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이다. 이같이 해남지역은 군의 재정적인 지원과 지역 주민들이 동참한 장학기금 조성 등으로 명문고 육성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서울대 법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소재 대학에 55명이 합격했고 전남대 등 지방 4년제 대학에도 70여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등 작은 군단위 학교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경북 군위군도 대구·안동시와 50㎞정도 떨어져 있어 청주·대전 역시 50㎞정도 떨어진 보은군과 비슷한 조건의 지역이다. 군위군은 99년 군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군위군 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사업으로 기금 확보에 나서 14억원이 모아졌다.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3만2000명대로 줄었고 대대로 물려받은 지명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좌절감이 팽배해진 군위군은 인구감소의 원인을 교육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해, 교육발전 기금 확보에 나섰다.
담배값을 아껴 2만원을 내는 50대 아저씨도 있고 1억원을 쾌척하는 출향인도 있으며 매월 월급에서 2만원씩을 내는 주민도 있는가 하면 초상을 치를 때 상주들이 준 상여돈을 기금으로 내놓는 마을도 있다. 어느 마을은 마을회관 잔치비용에서 30만원을 떼어 기금을 내놓는 등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졌다. 군위군도 군 향토 인재육성 조례를 만들어 매년 1억원씩의 기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금 14억원으로는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과 교사들의 보충수업 실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자차단체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지역사회도 교육당국의 일로만, 학교의 사정으로만 여기고 나몰라라 하는 보은군과는 너무 다르다. 지역사회도 교육문제보다는 겨울이면 회를 먹기 위해 바닷가를 찾고, 봄이오면 벚꽃 구경을 위해 남쪽 여행을 유행처럼 다녀오는 우리 지역과는 아주 상황이 판이하다.
재정형편이 보은군보다 크게 나은 것이 없는 자치단체들이다. 학교 교육의 위축은 인구감소로 직결되고 인구감소는 전반적인 지역경기 침체를 가져오며 지역에 명문고가 없으면 학부모들의 걱정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이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찌감치 도시로 이주해 외지 출근이 늘어나고 가족들만 이주시키고 가장 혼자서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와 학교를 비롯한 교육당국, 지역 사회가 합심해서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보은군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